23화. 경계 위를 걷는 일

나뉘어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균형을 배우다


Canon EOS-1Ds mark II, IOS 200, 35mm, f7, 1/2500s

한쪽은 눈으로 덮여 있고

다른 한쪽은 길로 이어진다.

이 사진은 처음부터

둘로 나뉜 세계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분명히 이어지는 선이 있다.

울타리 하나가

그 경계를 따라 조용히 놓여 있다.


눈은 모든 것을 덮으려 하고

길은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정지와 이동,

머무름과 진행.

서로 다른 성질의 두 세계가

한 프레임 안에서

어색하지 않게 공존한다.

갈라진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울타리는 묘하다.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길을 보이기 위해 서 있다.

넘어가야 할 대상이 아니라

따라가야 할 기준처럼.

선 하나가 있기에

우리는 방향을 잃지 않는다.

경계는 종종

혼란을 줄이기 위해 생긴다.


나는 이 풍경을 보며

삶의 선택들을 떠올린다.

항상 명확하게 나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사이를 걷는 시간이 더 길다.

완전히 멈출 수도 없고

끝없이 달릴 수도 없는 상태.

그 중간 어딘가에서

속도를 조절하며

균형을 연습하는 일.


눈 위에 남은 발자국들은

어디로든 갈 수 있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길은

이미 다져진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자유와 안정은

늘 함께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경계 위를 걸으며

둘을 동시에 감당하는 법을 배운다.


멀리 보이는 풍경은

차분하다.

서두르지 않는 산과

말없이 돌아가는 바람개비.

이 장면은 말한다.

선택은 언제나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나는 지금

무엇을 넘어서려 애쓰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지켜야 할 선으로 남겨두고 있는지.

모든 경계가

허물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선은

나를 보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니까.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넘어야 할 때보다,

지켜야 할 선을 아는 순간이

삶을 더 멀리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