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홀로 떠나는 연습

고독은 선택이 아니라 통과 의례다

SONY A6400, E35mm, ISO 100, f1.8, 1/125s

물 위에 배 한 척이 있다.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자기 무게만으로 떠 있다.


이 장면이 유난히 고요한 이유는

움직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이 없어서다.

이 배는 설명하지 않는다.

왜 여기 있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언제 돌아올 것인지

그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다.


홀로 떠나가는 배의 고독은

외로움과 닮았지만 같지는 않다.

외로움은 붙잡고 싶은 마음이고,

고독은 이미 손을 놓은 상태다.

이 배는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떠 있을 뿐이다.


나는 이 배를 보며

삶의 어느 순간을 떠올린다.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아도 되고,

이해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기.

함께 있음보다

혼자인 편이 더 정확해지는 순간.


바다는 넓고,

배는 작다.

그 대비가 이 장면을

더 정직하게 만든다.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크고,

우리는 늘 이 정도의 크기로

하루를 건너간다.


이 배는

고독을 견디는 중이 아니라

고독을 통과하고 있다.

떠나야만 보이는 거리,

혼자여야만 가능한 방향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홀로 떠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돌아올 자격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