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선택이 아니라 통과 의례다
물 위에 배 한 척이 있다.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자기 무게만으로 떠 있다.
이 장면이 유난히 고요한 이유는
움직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이 없어서다.
이 배는 설명하지 않는다.
왜 여기 있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언제 돌아올 것인지
그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다.
홀로 떠나가는 배의 고독은
외로움과 닮았지만 같지는 않다.
외로움은 붙잡고 싶은 마음이고,
고독은 이미 손을 놓은 상태다.
이 배는
무언가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떠 있을 뿐이다.
나는 이 배를 보며
삶의 어느 순간을 떠올린다.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아도 되고,
이해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기.
함께 있음보다
혼자인 편이 더 정확해지는 순간.
바다는 넓고,
배는 작다.
그 대비가 이 장면을
더 정직하게 만든다.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크고,
우리는 늘 이 정도의 크기로
하루를 건너간다.
이 배는
고독을 견디는 중이 아니라
고독을 통과하고 있다.
떠나야만 보이는 거리,
혼자여야만 가능한 방향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홀로 떠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돌아올 자격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