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아도 함께 머무는 방식에 대하여

이 연못에는
가득 차 있음에도
답답함이 없다.
잎과 잎은 겹쳐 있지만
서로를 밀어내지 않는다.
아주 미세한 간격을 남긴 채
각자의 원을 지킨다.
그 틈으로 물이 흐르고
빛이 머문다.
연꽃은 더 조용하다.
크게 소리 내어 피지 않고
눈에 띄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 몫의 자리에서
천천히 열린다.
누구의 위도, 누구의 아래도 아니다.
가까워진다는 것은
서로를 덮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는 일이라는 걸
이 연못은 말없이 보여준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몰려 있어도
질서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물 아래에서는
분명 복잡할 것이다.
뿌리와 줄기들이
엉켜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면 위는
이렇게 고요하다.
어쩌면 성숙이란
복잡함을 없애는 게 아니라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마음이 느슨해진다.
모두와 적당히 가까운 채로
나 자신을 지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떠 있는 것들은
서로를 밀지 않아도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가까워지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함께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