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코스를
고민해 본 적 있는가.
이쁘고 멋진 곳을 함께 하려는 마음과
텅 비어버린 지갑을 본 현실이 부딪힌다.
내게 치킨은,
고마움과 안타까움이었다.
'저녁 뭐 먹을까. 어제 고기 먹고 싶다 하지 않았어?'
슬쩍, 가게 안 메뉴판을 본다.
1인분 18000원, 2인분에 사이드에 술 한잔 하면...
나 홀로 계산하고, 만약의 상황에 빌릴 친구까지 떠올린다.
"음.. 근데 나 오늘 치킨이 땡겨."
'우리 저번에도 먹었는데, 괜찮아?'
"응, 나 치킨 좋아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함께 웃는다.
잘 모르겠다.
진짜 좋아했는지, 가벼운 주머니를 고려한 것인지.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소소한 식사마저 너무도 행복했다.
치킨을 마음껏 먹는 지금,
가끔 그 날의 환한 웃음이 떠오른다.
음식은 질릴지 몰라도
서로를 마주하는 설렘은 매번 새로웠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저 바보처럼 웃음이 나왔다.
포크만 잡아도, 휴지를 뽑아도,
눈만 마주쳐도 온 몸을 다해 웃었다.
유치하고, 순수했다.
지금은 뭐, 거의 3성급 셰프가 되었다.
가게를 해보고 나서는 재료부터 원가까지.
맛을 즐기기보다, 분석하기 바쁘다.
내부 인테리어까지 보고 있다.
유치함은 어리숙함으로,
순수함은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 취급을 한다.
진심으로, 웃어본 적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으레 짓는 미소 말고, 웃음이 있었을까.
가끔 마주하는 아이들을 보면
내심 부럽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복잡하지 않다.
진정으로 바라고, 진정으로 즐거워한다.
아주 단순하다.
스티커 갖고 싶어!
우와 스티커다!
마치 세상을 가진 듯 기뻐한다.
사실, 이게 전부다.
바라는 것을 가지면 기쁘다.
하지만 우리는 바라는 것이 너무도 많다.
건강도, 돈도,
성적도, 평판도 다 가지고 싶다.
만족이 없는 삶을 꾸려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을 닮으려 한다.
딱 하나만 원하고, 딱 하나만 이루면 된다.
나는 바나나 우유를 좋아한다.
편의점에 들어가면서 다짐한다.
'바나나 우유 사야지. 맛있겠다.'
손에 들고 계산 후,
빨대를 받아 꽂는다.
그리고 온 신경을 집중해,
바나나 우유를 마신다.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감탄을 뱉는다.
'캬, 이거지'
꼭 해보기를 바란다.
하나를 바라고, 그것을 이루어보기를.
가지고 싶은 욕망과
채울 수 없는 갈증은 끝이 없다.
어차피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없다면,
하나씩 채워보는 건 어떨까.
그 날의 치킨은, 질릴지언정
내가 바라는 그대와 있음으로 충만했다.
지금의 내게는 그만큼의 열정은 사라졌다.
보다 정확히는, 역치가 올라갔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사소한 바람과 사소한 만족이 더 크게 다가온다.
바나나 우유. 메로나.
편의점을 들러 딱 하나만 골라 먹어보기를.
나는 오늘 저녁 치킨을 먹으며
유치하고 순수했던 날을 잠시 떠올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