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어..?

by 로그모리

'왔어? ㅎㅎ'

(손을 잡으려 한다.)


"응, 일찍 왔네."

(주머니에 손을 꼽은 채 걸어간다.)


'아, 응. 밥 먹으러 가자.'


...


'여기 냄새 좋다. 그치.'


"어 그러게. 맛있겠네."

(핸드폰을 잡고 메시지를 적는다. 웃으며.)


'뭐가 그렇게 재밌어?'


"아냐. 우리 뭐 시켰지?"



당연한 순간들이 무너진다.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혼자 골똘히 생각해 본다.

음.. 굳이 콕 집어 얘기할 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위화감은 뭘까.

나는 왜 묘한 기분과 불안함이 생기는 걸까.


함께 있음에도 따로 있는 기분은.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전혀 모르던 두 사람이 만나,

궁금증을 한 아름 안게 된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하다.

모든 것을 알고 싶고, 나누고 싶다.


천생연분이란 이런 걸까.

끝없이 맞아가는 순간들은 짜릿하다.


하지만 이내 각자의 시간이 필요해진다.

당연하게도, 개인의 삶이 있으니.


온 힘을 다해 함께 하던 시간은

점차 분배되고 나누어진다.


이 순간을 이해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많은 일을 겪었다.



무언가를 맞이할 때

우리는 감정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어린 날의 나는 감정적이었다.

'우리 둘의 시간인데 왜 집중을 안 해줘?'


서운함이 불쑥 올라왔고

참을 수 없어 토해냈다.


"일 연락 와서 답장했어. 왜 그래."

'뭐가 우선인데. 나야, 일이야.' (으어어어)


감정적인 태도는

결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다.


감정은 중요하지만,

말하는 태도는 다른 문제더라.



시간이 쌓여가면서

각자의 기준이 더욱 두터워진다.


지금의 나는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한다.

느끼는 것과 말하는 건 엄연히 다르기에.


대신 일종의 마지노선이 생겼다.

차분히 설명하되, 쓰리아웃 제도를 겸하는.


관계는 좋아하는 것을 챙겨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노선이 생기고,

상대의 선을 보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그 간의 기억들이 스쳐간다.

아마 내가 과한 욕심을 가진 게 아닐까.


존중 대신 소유를 바라지 않았나.

이해 대신 강요를 원하지 않았나.


생기던 불협화음은 쌍방의 책임일지 모르나

적어도 내게도 이유가 있었다.


나의 욕심이 과할 수도 있었음을 인지하고

나의 불안은 내게서 나왔음을 알았다.


예상과 다른 행동이 나온다고

책망할 수는 없다.


때문에 더욱이 스스로를 검열하고

그대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어린 날의 감정적인 태도는

과한 욕심이 불러온 현상이었다.


불안함에 몸을 떨며

참지 못하고 토해내던 말들은


결국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닌

나의 해소를 위한 것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 타오르듯 미치던 나의 감정은

소중한 순간이었고, 귀한 경험이었다.


다시 떠올려 보면,

다른 의미로 몸서리를 치지만.


그로 인해 지금은 보다 나은 선택을 한다.


나의 해소가 아닌

우리를 위한 방향을 생각하고.


귀책사유를 찾기 위해 논쟁하는 대신

함께 좋아지는 방법을 논의한다.



나의 불안은 창피하다 느낄지언정,

지금의 소중함을 남겨주었다.

이전 12화불안,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