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는 대신 멀어지는

by 로그모리

닿으려 노력한다.


술을 핑계 삼아 더 가까이

꼭 닿아야 할 것만 같이.


닿아야만 할까.

존댓말 보다 반말이어야 친할까.


사람 사이의 친밀함의 거리는

단순한 표현이나 물리적 거리가 아니다.



거리 두려 노력한다.


낯설게 느껴지기 전까지

딱 그만큼만 다가간다.


상대를 존중하여 거리를 유지하고

나를 지키기 위한 공간도 확보한다.


갑자기 친밀해지기보다

천천히 신뢰를 쌓으려 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소극적이고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건

일종의 죄악처럼 알고, 행동해 왔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누가 알려줬다기보다는

그런 분위기에서 살아왔다.


때로는 술이 그 역할을 잘해줬다.

경계를 허물어 뒤섞이게 만드는.


그런 측면에서 도움을 받기도

이용하기도 했으니.


과연 사람이 남았는가.

돌아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를 통해 남은 사람도 있겠으나

정말 가까운 사람들은 술과 무관하다.


오히려 술과 거리가 멀지만

마음은 더 가깝기도 하다.


의심해 볼 만한 지점이다.



흔히 말을 놓는 것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반말은 가까운 사이에서 하는 표현

존댓말은 어렵거나 먼 사이에서 하는.


이른바 반모(반말모드)에 대해서도

원한다면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상대가 반말로써 친밀감을 느낀다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일반화될 수 없는 상황들이 있으니.


나는 반말과 존댓말은

친밀감과 무관하다 생각한다.


처음부터 말을 놓고 지내지만

여전히 서먹한 사람이 있고


지금도 말을 놓지 않지만

너무도 가까운 사람이 있다.


단지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결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결의 대화를 나누는지.


마음을 나눈다는 건

결코 단순하지 않다.



존중이 필요하다.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으나

예상보다 간과하는 개념.


존중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의 거리를 지켜주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나는 닿으려는 대신

멀어지기를 택하려 한다.


멀어짐으로 가까워지는 역설은

살펴볼수록 이해하게 된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결국

신뢰로 쌓아가는 과정이기에


멀어짐으로 형성하는 신뢰는

마음의 거리를 더 가깝게 한다.


존중은 역설로 포장된

자연스러운 진심이다.



술을 통해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대신

차를 통해 거리를 두려 노력하고 있다.


마치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를 대하듯

사람도 조심스레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충분한 시간을 두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공간을 지키며 신뢰를 쌓을 때


비로소 더 가까워지는 마법이 펼쳐질 테니.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던

존중을 다시 새겨본다.


닿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멀어지기에 가까워지는


신뢰로 쌓이는 마음들을

하나 둘 차곡차곡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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