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갇힌 우리의 하루

by 최기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예전의 나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아직 이불 속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데도 손끝은 이미 화면을 스치고, SNS 피드를 확인하거나 메시지함을 열어본다. 이른 아침, 커튼 사이로 빛이 들이치기 전부터 나는 디지털 세상과 접속해 있었다. 더 정확히는 이불 속에서 반쯤 감긴 눈으로 아직 ‘내 삶’은 시작하지 않은 채 ‘남의 삶’부터 들여다보는 기묘한 루틴을 반복해온 것이다.


이런 풍경은 아마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이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헤드폰을 낀 채 SNS를 스크롤하고, 회사에 도착해서는 업무용 PC에 로그인하자마자 이메일과 메신저 알림을 확인한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에는 잠깐의 휴식 시간도 결국 또 다른 디지털 화면—인터넷 쇼핑이나 유튜브 쇼츠—에 잠식당하곤 한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TV나 스트리밍 플랫폼, 콘솔 게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하루를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스마트폰 스탠드의 미미한 충전 불빛이 켜져 있고, 잠에 들기 직전 순간까지 눈꺼풀은 한 번 더 ‘최신 소식’을 확인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여기서 문제는 이런 패턴이 너무나 당연해졌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특별한 물건도 아니고, 인터넷 연결이 사치품도 아닌 시대에서, 디지털 기기와의 상시 접속은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이 행동의 반복이 과연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가?


나는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하기 전까지,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본 적이 거의 없었다.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인 내 일상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은 결국 내가 무엇에 시간을 쓰는지, 어떤 자극에 반응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왜’ 그렇게 하는지 돌아보는 일이다. 디지털 디톡스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나는 이 과정을 더욱 명확히 할 필요를 느꼈다. 독자들에게 단순히 “스마트폰 덜 봐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스마트폰에 빠지고, 어떻게 그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습관적인 행동에 익숙해진다. 알람이 울리면 스마트폰을 체크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디스플레이를 들여다보는 행위는 작은 도파민 보상을 가져다준다. 순간적인 즐거움, 새로운 정보, 끊임없는 연결감이 마치 세트 메뉴처럼 삶에 녹아든 이 습관은 어쩌면 ‘더 쉬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켜는 것이 책 한 장을 진득이 읽거나,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니까.


그렇기에 첫 단계는 ‘인식’이다. 내가 얼마나,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위해 디지털 기기와 마주하고 있는지 관찰해보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점심 식사 후, 퇴근길, 자기 전—이런 특정 상황별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기록하거나, 어느 앱에 주로 시간을 쏟는지 점검해볼 수 있다. 막연히 “나 요즘 스마트폰 많이 보는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것과, “매일 아침 30분, 점심시간 15분, 퇴근 후 2시간, 취침 전 1시간 정도를 스마트폰에 할애하고 있구나”라고 구체적으로 수치화해보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런 ‘분석하기’ 과정에서 우리는 최초의 깨달음을 얻는다. 디지털 기기 중심의 일상 루틴이 단순히 ‘편리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 습관과 즉각적 보상에 기초한다는 점, 그리고 그 습관이 과연 내 삶에 진정한 가치나 의미를 더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디톡스 여정의 출발점이다. 나아가 이런 통찰을 통해 우리는 일상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TV가 나를 이끄는 대신, 내가 그것들을 목적에 맞추어 활용하는 삶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그것이 디지털 디톡스가 가져다주는 초기 변화의 씨앗이다.


이 장에서 우리는 단지 문제를 직면하고, 관찰하는 데 집중한다. 디지털 디톡스는 더 이상 모호한 슬로건이 아닌, 내 일상 속 패턴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실제 전략이 된다. 이 책을 통해 지금껏 당연하게 흘려보냈던 디지털 중심 루틴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변화의 시작은, 바로 지금, 내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이 글을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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