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by 최기훈

디지털 세상이 우리에게 선사한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는,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불과 몇 세대 전만 해도, 특정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도서관에 가거나 전문가를 직접 만나는 등의 수고로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손바닥만 한 기기 하나면, 전 세계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손에 들어온다. 한편, 이 거대한 정보의 바다에는 문제가 숨어있다. 바로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가려낼 새도 없이 모든 것이 들이닥친다는 점이다.


알람 하나만 켜놓아도,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알림이 우리를 향해 쏟아진다. 뉴스, SNS 업데이트, 메신저 대화, 이메일, 업무용 알림 등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이 서핑하듯 머릿속을 훑고 지나간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일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려워진다. 업무를 하다가 문득 스마트폰을 들어 한두 번 스크롤하던 것이 어느새 몇 분을 소모하고, 그러는 사이 작업 흐름은 끊기기 일쑤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바쁜 시대를 사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넘기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멀티태스킹’이라는 단어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이미지로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주의력을 깨뜨리고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사실상 ‘멀티태스킹’을 하기보다는 ‘빠른 전환’을 반복할 뿐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는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초단위로 집중 대상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집중력 저하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사고 능력, 창의력,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깊게 몰입하지 못하고 표면만 스치듯 소비하는 정보는 금세 잊혀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한 가지 주제에 몰두하는 과정을 통해 생기는 ‘깊은 생각’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디지털 디톡스를 결심한 이후로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야 할까? 모두 내게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을 통해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식별하는 힘, 즉 정보 선택권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나의 디지털디톡스 경험을 공유하려는 목표를 생각할 때, 이 문제는 특히 중요하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독자가 분명히 받아들이려면, 나 스스로 집중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정보 홍수 속에서 헤매고 멀티태스킹에 밀려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놓친다면, 독자도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운 정보 더미에 파묻혀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디톡스의 한 축은 ‘의미 있는 정보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복원하는 것이다. 정보 홍수를 멈출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흐름 중 내가 마실 물을 선택할 수 있다. 불필요한 알림을 끄고, 중요한 업무나 창작 활동에 집중할 때는 스마트폰을 멀리 두는 간단한 행동부터 시작하자. 정보의 바다에 빠지지 않고, 내가 원하는 지식과 자극을 선별해 취하는 능력을 기를 때, 우리는 비로소 ‘내 삶의 감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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