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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생 34

나는 한때 신문배달소년이었었다... (2)

by 특급썰렁이

나이지긋한 장년의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나와 내 친구를 맞으셨다. 여긴 무슨 일이냐. 저희 신문배달하러 왔는데요... 한참 뒤에 들은 얘기지만, 이렇게 제발로 배달하겠다고 찾아온 아이들은 나와 내 친구가 처음이었다고 하더라. 그것도 세상 순진무구하게 생긴 멀끔하게 생긴 아이들이 둘씩이나 지원하러 온 것이니, 할아버지 아니 그 지국장님의 반응이 그럴 수밖에. 솔직히 그 당시에 신문배달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선입견 같은 게 적잖이 퍼져 있었던 거 같다. *** 지은이 각주; 학교에서 모든 선생님들께서 언제나 "직업에 귀천은 없다" 라며 강조하신 것처럼, 귀한 직업 천한 직업 구분하는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금도 나는 잘 알고 있다. 결코 어떤 특정직업을 비하하거나 매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 우리 사회에 팽배히 스며있던 배달 직종에 대한 인식과 시선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일 뿐이니 아무런 오해도 억측도 부디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특히 오토바이 타고 LPG 가스통/짜장면/신문 등등을 배달하는 사람들은 웬지 모르게 "불량하다" 혹은 "제대로 된 직업이 아니라 그저 잠시잠깐 스쳐지나가는 아르바이트 같은 것이다" 심지어 ""가출한 청소년들이 할꺼라고는 배달밖에 없다" 는 식의 얘기들만이 무성했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어쨌든 지국장님은 그러잖아도 배달할 사람이 부족해서 모집하려던 참이었는데 참 잘 되었다면서 나와 내 친구를 적극 환영하시는 분위기였다. 난생 처음으로 발을 디딘 그곳이 그 지국 사무실이 약간은 낯설게 그리고 금은 무섭게만 느껴지는 듯 싶었다. 그렇게 나는 그날 그 시간부터 이른바 "신문배달소년" 이 되어버렸다.

사실 그 전에 그 사무실에 친구와 함께 찾아가기 전에, 나도 그 친구도 부모님과의 사전 상의는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았다. 가게에 미약하게나마 보탬이 되겠다는 나의 마음을 아버지 어머니께서 몰라주실 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워낙에 강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신문배달하려면 일단 부모님 허락은 꼭 받고 오라는 지국장님의 당부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 길로 곧장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집에 다다르자마자 대뜸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이실직고하였다. 요약하자면 결국 돈 벌어오겠다는 나의 얘기를 다 듣고 난 어머니의 반응은 역시나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돈 벌어오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공부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성적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만 둬야 한다. 그게 다다. "그걸 시작하게 되면 학교 다녀와서 제대로 쉬지도 못할텐데 그러면 내게 안 힘들겠니?괜찮겠어?" 이런 반응일랑은 애저녁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평생을 시종일관 그런 분이셨으니까. 암튼 어머니 허락을 받았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그리고는 당장 그 다음날부터 정확히는 그 다음날 늦은 오후부터 나의 신문배달은 스타트를 하게 되었다.


그 다음날 학교를 마치고 나서... 오후 3시까지 지국 사무실로 꼭 오라는 지국장님 말씀대로 나와 내 친구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 앞에 정차된 트럭 뒤 화물칸으로부터 누군가가 땀흘리며 신문 뭉터기들을 쉬지 않고 땅에 내려놓고 있었다. 어느새 나도 내 친구도 그 아저씨를 도와 그 무거운 신문 뭉치를 가슴 한 가득 안아서 내려놓고 있었다. 짧지만 숨이 찰 정도로 버겁고 힘든 작업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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