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는 신데렐라

'뗑'하면 나타나는 엄마

by 제이


뗑뗑뗑... 괘종시계가 12번을 친다.
12시!
마술할머니는 12시가 되기 전 신데렐라에게 집으로 돌아오라 하셨다. 요술이 사라지기 전.
아이고머니나, 왕자와 춤추던 신데렐라는 급히 집을 향해 달려간다.
아뿔싸, 그 와중에 그녀의 유리구두 한 짝이 벗겨졌다.

애들이 유치원까지는 대개 부모가 시간에 맞추어 등하교를 시킨다.
초등학교 정도 되면, 아침 늦장을 부려 지각할 때도 있지만
자기가 알아 등하교를 한다.

그러나
학생이 평생 시계를 볼 줄 모르고
그 학교가 산 넘고 물 건너에 있다면?
엄마가 데리고 갔다 왔다 하던지, 스쿨버스 정차장에 시간 맞춰 데리고 가야 한다.

3년간 다닌 왕복 한 시간의 특수 유치원 시절, 자가용이 흔치 않던 그 시절, 시내버스로 아들 등하원에 하루가 간다.
아이 상태가 좋아지라는 기대로 이런저런 클리닉 순방으로
엄마만의 시간은 언감생심.
그런 시설조차 모자라니 다닐 수만 있다면,
어디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교육을 위해 엄마는 종일 뛴다.

특수 초등학교부터 14년간의 공교육 기간에는 시외버스 노선 같은 스쿨버스 이용.
특수학교는 대개 외곽에 있다.
그런데 그 차를 탈 때도 내릴 때도 엄마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 애가 고등부 정도되고 집 바로 앞으로 차가 운행할 때는 쉽다.
애를 챙겨 내 보내면 혼자 차 타러 갔다가 집으로 온다.
가끔 차가 고장 등으로 오지 않으면 아이는 하염없이 그곳에서 차를 기다릴 것이기에, 잘 타고 갔는지 확인은 해야 한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차장이 있는 경우 엄마가 챙겨 그곳까지 데리고 가서 등하교를 시킨다.

1990년대, 아이가 미국에서 잠깐 특수학교 다닐 때였다. 옆집에 마실 갔다가 아들 스쿨버스 하교 시각을 깜박했다. 알람시계를 집에 두고 왔던 것. 갑자기 온 아파트에 울려 퍼지는 클랙슨. 아이고머니나! 나는 신데렐라가 달려가듯 버스를 향하여 달려갔다.
"감사합니다."
보호자가 그 시각 그 장소에 없으면 애를 학교로 다시 데리고 가버리는데 고맙게도 봐주신 것이었다.

이젠 휴대폰이 등장한 고등부 시절 어느 날,
내가 처리해야 하는 일이 생각 외로 늦어지고 있었다. 하교 버스 기사님께 곧 갈 테니 애를 정류장에 내려놓으시라 전화드렸다. 그러나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아들은 없었다.
그 근방을 찾아 헤맸다.
경찰서까지도 갔다.
신데렐라가 제시간에 맞추어가지 못해 헐레벌떡하다가 유리구두가 벗겨지는 대신 아들이 미아가 되었다!
혹시나 해서 3~4킬로 떨어진 집으로 향해 천천히 차를 몰고
가기 시작했다. 저어기 집 쪽으로 부지런히 걷고 있는 아들.
빵빵 클랙슨을 울리니 아들이 흘깃 쳐다보더니 차에 탄다.

신데렐라에게는 알람시계가 필수. 지금은 스마트폰의 알람 설정.
스쿨버스 등하교 시각, 미술 레슨 갈 때의 장애인 콜택시의 예약 시각, 태권도 학원차의 도착시각...
내 개인 일을 보다가도, 교회에서
단체로 출타하다가도, 누구를 만나다가도 시간이 되면 아들이 있는 그곳으로 데리러 가야 한다.
최근, 장애인의 이동을 도와도는 도우미 제도가 생겼고 그 비용을 나라가 일정 부분 보조해 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컴퓨터 검색 등은 잘하면서도 마흔 넘은 지금도 시계 보는 법을 모르는 아들.

본인은 참 편한 인생이다.
덕분에 엄마는 시간 시간을 확인해야 하는 신데렐라가 되었다.
부족한 아이를 가진 한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죽어 관에 들어가 있다가도 애들 하교 시간이 되면 벌떡 일어날지도 몰라요"

어쩌다 신데렐라가 되신 어머니들 힘내세요.
언젠가는 멋진 왕자님이 내가
헐레벌떡 가느라 놓쳤던 유리구두를 가지고 짠~ 나타날 터니.

keyword
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13화엄마는 해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