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소년조선일보를 구독해주셨다.
TV도 스마트폰도 냉장고도 없던 심심한 그 시절,(요즘 애들이 모르는 단어, '심심')
아침 일찍 배달된 잉크 냄새나는 그 신문지를 펼칠 때마다 나의 온몸은 환희로 가득 찼다.
읽을거리가 거진 없던 그 시절,
만화, 독자투고(물론 편지나 엽서로), 동시, 각종 상식, 그리고 학습 면까지.
신난다!
한때 서민들이 매일, 정보를 가장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매개체인 조간신문, 석간신문.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TV에서 주요신문들을 매일 브리핑해 주는 시대, 스마트폰에서 온갖 신문 기사를 골라 읽는 시대가 되었다.
아침마다 이집 저집 앞 놓여있던 신문들이 이젠 거의 안 보인다.
신문은 newspaper이다.
새로운 정보제공이 본연의 사명이다.
그러나 살다 보니
그에 못지않은 신문紙 로서의 사용처가 어메이징 함을 알게 된다.
<식탁으로>
*여행 시, 호텔방에서 대강 먹을 때 신문지를 쫘악 펴서 먹을 것을 올리면 뒤처리가 깔끔.
*물론 집에서 피자나 배달음식을 시키고 띵똥~ 배달기사가 오면 아들은 흥분하며 재빨리 신문지를 식탁 위에 깐다.
<차 안에서 >
*차 안에서 무얼 먹을 때도, 준비된 한 장의 신문지가 무릎 위에서 훌륭한 식탁이 된다.
*차 뒷자리 바닥에 깔아두면 뒷자리의 아들이 신발을 벗어도, 짐을 내려놓아도 되는 깨끗한 방이 된다.
*비 오는 날
젖은 우산 밑에 깔아 물기를 잡고
발 밑에 깔면 차 안이 깨끗.
*햇볕 쨍쨍한 날
신문지를 창문에 붙이면 임시 차양.
*눈 내리는 저녁
신문지를 자동차 앞쪽에 붙여두면
아침에 밤새 쌓인 눈을 치우는 데 도움.
*차 트렁크 안에 두면 제습제.
<야외에서>
*산행이나 더운 날 야외활동 시, 신문지가 요긴한 모자가 되고 깔개가 된다.
*어느 여름밤 야외 음악회 때, 한두 장 신문지를 우리 가족이 매트 삼아 신 벗고 앉았을 때 주위의 그 부러운 눈길들.
*옛날, 골목길에 신문지 몇 장으로 방을 만들어 친구들과 소꿉놀이하던 추억.
<집안에서>
*야채를 다듬을 때 신문지를 깔았다가 버릴 것만 버리고 분리수거.
*고기 구워 먹을 때 튀김요리 시 필수.
튀는 기름 잡아준다.
*양파 고구마 감자 채소, 과일 보관 시 덮거나 싸서 보관.
*옷장 안에서는 제습제로 신문지의 휘발유가 제충제로.
*신발장 안에 깔아둔 신문지는 정리할 때 쉽고, 부츠 안에 넣어둔 신문지는 신발 형태 유지제로 제습제로.
*눈비 오는 날
현관 바닥에 깔면 물기로 지저분해지지 않는다.
*겨울 외풍이 있는 방에는 신문지를 둘둘 말아 장롱 사이 틈을 막으면 탁월.
*붓글씨 초보자의 연습용으로 필수품.
*옷 만들 때 옷본으로 쓴다.
*둘둘 말은 막대기로 말 안 듣는 아들 녀석 위협할 때 요긴.
*갑자기 무얼 사러 가야 하는데 자가 없어 치수를 못 잴 때, 신문지를 대각선 접어 재어가면 된다.
*비상시 갑자기 추워지면 신문지를 이불 삼아 덮으면 된다.
*모자나 가방 보관 시 제습제, 형태 유지 역할.
*언젠가 역대급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고층 아파트 베란다 창문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때 방지책 하나가 신문지를 물에 묻혀 베란다 창문에 붙이기.
*책 커버로.
예전 책이 귀한 시절, 책을 받으면 신문지로 쌌다.
*미술재료로.
물에 적신 신문지를 찢어, 엎은 그릇 위에 계속 붙였다가 마른 뒤에 떼어내면 종이 그릇.
*신문지를 펼쳐놓고 애를 눕혀 라인을 그리고 색칠하면 등신대 그림.
*게임 재료로
둘둘 뭉쳐 만든 공을 둘둘 말아 만든 방망이로 각종 게임.
*종이옷을 만들어 패션쇼.
*길게 접어 종이칼 놀이.
*종이배, 종이비행기. 딱지 접기.
*반씩 접은 신문지 위에서 버티기 놀이.
역시 신문지 이용의 지존은
토요일 느긋하게 신문지 한 장 방바닥에 펴고 손발톱 깎기.
때 지난 뉴스도 슬금슬금 보면서 망중한.
그러다 보면 때로는 내 발톱이 대통령님 얼굴 위에 얹힐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안 쓰이는 추억의 용도.
화장실 휴지로.
예전 (얼마 전까지) 재래식 화장실 시절이 있었다.
휴지가 상용화된 것은 수세식 화장실이 생길 즈음이고 40여 년 밖에 안된다.
예전에는 고이 자른 신문지를 철사에 꿰어 화장실에 비치.
이건 그래도 괜찮은 집.
어떤 집에서는 볏짚으로 용변처리를 했다.
이 밖에도 신문지의 사용처는 무궁무진.
염려하기는 신문의 이 수많은 효용의 천기를 누설함으로 분리수거 날 신문지 쟁탈전이 일어날까 두렵다.
예전에는 신문 구독을 했는데 인터넷을 하면서 끊었다.
아파트 분리수거 날, 잔뜩 쌓인 폐지 더미를 힐금힐금 보다가 빳빳한 신문지를 발견하고 심봤다! 잽싸게 낚아 채가는 한 할머니. 나?
그런데 몇 년 사이로 폐신문지가 거의 안 보인다.
카센터나 음식점 등에서 보지도 않고 쌓아둔 신문들을 기증받아 온다.
오마나.
날짜 지난 폐신문지를 인터넷 쇼핑에서 뭉치로 판단다.
신문의 본래 목적인 정보제공.
신문'지'로서의 이 많은 쓰임새.
그리고 마지막 분리수거되어 새 생명으로 탄생하는
신문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