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흘러 보내고 흘러 보내어 뒤돌아보니 에구머니나, 70여 년 시간이 저 멀리 가버렸네. 그 시간들은 하나하나 퍼즐조각들이고 삶은, 그 퍼즐조각을 맞추어 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 머리 앤'.
벚꽃 흩날리는 봄날의 그린게이블,
앤의 집 그림의 퍼즐.
평생에 한번 그곳 캐나다 프린세스 에드워드섬에 가 보리라는 로망을
대신,
유치하지만 '앤의 집' 퍼즐 맞추기로 달래 보기로 했다.
나무 둥지는 거무튀튀한 갈색 퍼즐.
벚꽃은 밝은 핑크색.
어떤 것은 두어 가지 색깔과 그림이 혼합된 것.
괜히, 바쁜데 그래서 한가히 앉아서 이런 짓을? 하면서도 이틀 동안 시간 날 때마다 그야말로 정신 쏙 빠져 오래간만에 몰입하는 경험.
드디어 완성! 내 방에 앤의 집이 들어왔다.
우리 삶의 순간순간들.
때로는 누가 봐도 형통의 순간이요 자랑스러운 시간이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입학생을 대표하여 입학선서를 하던 꽃샘추위의 봄날 여학교 교정.
우리 누구가 이렇게 됐어요..
길거리에 나가,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자랑하고 싶은 그런 순간들.
따뜻한 온천물, 튜브에 몸을 의지하고, 둥둥 떠 다니며 밤하늘의 별똥별을 헤아리던 그런 시간.
그런 순간들은 아마 핑크핑크스런 벚꽃의 퍼즐 조각일터다.
청천벽력 같은 장애 아들의 출산.
이유를 찾지 못한 장출혈로 입원했던 반년 간 세월의 퍼즐 조각.
'인형의 집'의 노라처럼 정체성이 흔들렸던 그 시간의 퍼즐.
절망의 늪에 빠져 재처럼 사그라들 것 같았던 그 겨울 아침.
그런 시간은 거무튀튀한 색깔의 퍼즐들.
나는 시간상 지금, 내 삶의 퍼즐그림을 거진 최소 70~80% 맞추고 있는 듯하다.
이 퍼즐은 모양도 예쁘고 색깔도 좋아.
그런데 이 퍼즐은 왜 이렀게 들쑥날쑥하게 생겼담. 맞추기도 어렵고 색깔도 안 예뻐.
이 퍼즐은 색깔이 왜 여러 개야?
사실 퍼즐 하나하나는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지. 각각 다 필요하다.
퍼즐을 완성하면서 마지막 그 한 조각이 안 보여 당황했던 경험.
피하고 싶었고, 미웠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의 퍼즐.
그러나 없으면 그분의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 그 퍼즐들.
퍼즐 하나하나의 뜻이 무엇인지 몰라 몸서리 쳐질 때도 있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하나?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당하나? 내가 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못 만나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야 하며,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하고, 하기 싫은 이 일은 해야 하는지?
미운 삶의 퍼즐의 시간들.
어느 날 새벽, 어둠 속에서
스르르 퍼즐이 맞추어진다.
아, 그랬구나!
그때 그 일이, 그래서 이렇게 아귀가 맞추어지구나...
퍼즐이 맞추어진다.
눈물이 난다. 웃음이 난다.
그때의 그 일로 인해서 그다음 사건이 이어지고, 그 위의 퍼즐이 맞추어지고 그 아래 퍼즐이 맞추어진다.
사람의 잇단 우연이 하나님의 필연이 된다.
내 삶의 퍼즐 이름은 logos828.
로마서 8장 28절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우리의 죄성과 찌그러짐까지도
하늘과 바다처럼 덮으시는 하나님의 사랑. 어떤 폐품도 장미로 만드시는 그분의 능력.
섭리.
오늘 나의 일상의 퍼즐이 어떤 색이든 어떤 모양이든 걱정 금지.
그림이 최종 완성 되는 날, 그 모든 것이 온전히 제자리를 찾을 때 소중한 오늘이라는 퍼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