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차가 일반화되지 않은 예전, 집 앞 도로는 넓었다. 동네 길과 골목은 아이들 놀이터. 사방치기, 공기놀이, 자치기를 했다. 고무줄놀이를 할 때는 노래를 불렀다. '황금을 보기를...' '푸른 하늘 은하수...' ' 고향 땅이 여기서...'
음악 시간에는 물론, 대가족의 부모님들이 생활하시느라 바쁜 그 시절, tv도 인터넷도 학원도 없고 전화도 귀한 그 시절. 동네 친구들끼리 놀면서 이렇게 동요를 불렀다. 모처럼 동네에 들어온 이동식 말타기놀이의 주인 할아버지는 동네가 떠나가게 동요를 틀어 흥을 돋웠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다시 동요를 접하게 되었다. 예전, 입으로 부르던 동요가 이젠 카세트 플레이어로 듣게 되었다. 집안일로 바쁜 엄마에게서 꼬마들을 혼자 놀게 하려면 동요 들려주기가 최고였다.
꼬마가 있는 집마다에서들리는 동요. 1970년 후반에야 카세트 플레이어가 일반화되었다. 동요 테이프를 끼워 들려준다.
80년대 초에는 동요 테이프 종류가 많지도 않고 구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우리는 서너 개의 동요 테이프를 가졌는데 두 살 된 딸아이는 그중 하나를 얼마나 듣고 들었는지 이삼십 곡 순서를 다 외워버렸다. 이곡이 끝나면 그다음 곡은 저곡.
예전 TV는 방송시간제한이 있어 어린이 프로그램은 오전 잠깐, 오후 잠깐. 방송자체가 오전 중에 끝난다. 오후 5시 반에 다시 방송이 시작되어고 밤 12시가 되면 애국가가 울리면서 방송 종료. (종일방송은 1997년부터) 비디오는 물론 스마트폰은 상상도 못 하던 그 시절. 심심한 아이들에게 유일한 오디오는 잘해야 카세트 플레이어였던 그 시절.
동요를 듣던 그 딸이 시집가서 아이를 낳았다. 그아이 집에서도 종일 동요가 들린다. 테이프에 이어 이젠 수많은 동요 cd가 나왔다. 대부분의 집이 자가용차를 가지게 되었다. 집에서 뿐 아니라 이젠 차 안에서도 테이프나 cd를 듣게 된다.
아기가 있는 집의 차 안에서의 VIP는 아기이고 그 아기가 듣는 동요를 이젠 차 안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듣는다.
세상에. 이런 세상이 오다니... 전화기에서 음악을 원 없이 골라 듣는 세상이 왔다! 집 안에서는 물론 차 안, 식당, 바닷가, 언제 어디서나 전천후 손끝으로 '톡' 하면 동요뿐 아니라 수많은 각가지 영상까지 볼 수 있는 스마트한 스마트폰 세상이 왔다.
요양원에 갔더니 어르신들이 모여 봉사자가 인도하는 대로 동요를 흥겹게 부르고 계셨다. 인생은 동요에서 시작하여 동요로 끝나는가? 어릴 때는 멋모르고 불렀던 동요, 나이가 들어 그 가사 하나하나 음미해 불러보니 맛있다! 단순함은 마지막에 온다. 단순한 동요 가사가 갈수록 좋아진다. 복잡한 인생에 더욱 맛나다.
피아니스트 박종화. 12살 때 일본 마이니치 콩쿠르에 1위 입상. 2005년 퀸 엘리자베스 피아노 국제 콩쿠르 최연소 입상 등 클래식 무대에서 젊은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 다섯 살 때 일본 음악 영재학교 유학 이후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외국에서 보냈다.
그가 서울대 교수로 돌아왔다.
아들이 듣는 동요를 같이 듣다가 동요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피아노 선율로 들려준다.
"동요를 들음으로 청중들이 복잡한 일상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젠 보기 힘든 우리 어린 날의 은하수. 그러나 '파란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노래를 부르면 그 옛날의 은하수가 가슴속에 보인다.
낮 하늘에 걸린 하얀 반달을 보면 '낮에 나온 반달,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 줄 안다.
추운 겨울 지나고 따뜻한 봄, 온천지가 꽃 세상이 되면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꽃대궐에서 나는 행복한 공주가 된다.
'꽃밭에서' 섬집아기'등등.
산전수전 인생사 겪으면서 온 이 나이에, 그 노래를 듣고 불렀던 천진난만하고 무심했던 그때로 돌아간다.
어릴 때는 음향기기가 없이 입으로만 불렀던 동요, 시간이 흘러 테이프로 CD로 들을 땐, 시공간을 초월하는 스마트폰을 상상 못 했다. 기막힌 세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