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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l 27. 2024

우리는 매일 사막을 지난다

인생이라는 사막


사막!

어릴 적에는 낭만語.

나이 들어서는 神과 관계된 영성語.

살다 보니 인생語.​​




얼마 전

나는 이 책, 김희선 작가의 <차라리 사막을 달리는 건 어때>를 접하면서

인생으로서 사막을 만났다.

우리 인생의 도전과 시련, 포기와 극복, 그리고 관조의 축약 장인 사막!

더 이상 도와줄 이도 나아갈 곳도 없는 세상 끝인, 개념이 아니라 실존의 그곳.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사막을 지나고 있다.

때로는 모래언덕인 빅 듄(big dune)을

넘으며...

예기치 못한 상실과 상처의 빅듄.

짊어지기 벅찬 짐의 빅듄.

시대에 휩쓸려 자청한 경쟁의 빅듄.

관계, 건강, 생활고의 빅듄.

그래서 사막의 그 빛나는 별도 눈에 보이지 않지.

그러나

사막에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처처에서 인간 천사들을 만나 도움을 받고

칠흑 같은 어둠을 같이 갈 동행을 만난다


마침내 결승점 그곳에서

수고했다며 나를 꼬옥 안아주실 그분.

그 품에서 나는 눈물 흘리리.​

또한

그곳까지 기어서라도 가며

기권하지 않은 나에게도 박수!

그때 비로소 사하라의 찬란한 별이 보인다.

축하공연이 시작된다.​​


김희선 작가의 사막도전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6박 7일간 230km의 <모로코 사하라 사막 마라톤 34기>

2019년 47일 아침

레이스를 앞둔 51개국 823명 선수들.

대형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고막을 진동하는 헤비메탈 곡인 'Highway to hell'에 몸을 흔들며 전의를 가다듬고 있다.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

'나를 멈추지 마

스톱 사인도, 속도제한도 없지

누구도 날 멈추게 못해'


"Thee, Two, One, Go!"

선수들이 일제히 대형 아치 밑의 스타트라인을 출발해 드넓은 사막, 지옥으로 향해 달려 나간다.​​


           출발! < 네이버에서 >​


모로코 사막 서바이벌 레이스.

일주일 치 자신이 먹을 식량과 입고 잘 장비들을 짊어지고 간다.

평균 10kg 이상의 쌀 포대 무게의 배낭.

대회 측은 유사시에 쓸 조명탄과 GPS, 매일의 중간 캠프에서 그날의 물과 의료 서비스, 하루가 끝나는 각 지점에 하늘만 가리는 최소한의 텐트를 설치해 준다.​


직장 생활을 하던 평범한 47세 아줌마 김희선 씨.

동네 산보가 고작이던 그녀가 어느 날 뜻을 세웠다.

사막 마라톤에 도전!

직장을 접고 반년 간 악착같이 체력을 키워 꿈을 이루었다.

그녀의 칠일 간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아니 , 준비기간 반년 간의 일지까지 이 책에 풀어놓았다.

실상 그녀 삶의 최대의 격전지 사하라에서 그녀가 마주한 것은 사막이 아니라 그녀 안의 모든 슬픔과 원망, 미움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일상이라는 사막을 지나고 있는 바로

나의 이야기.​​


첫째 날.

그녀는 32km의 사막을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본부에 그녀의 순위를 확인하니 기록이 없다.

안절부절.

그런데, 여러 번 참여한 이들 대부분 도착 순위를 확인도 안 하는 게 이해 안 된다.


둘째 날.

32.5km. 제한 시간 11시간.

에그로라는 광활한 모래 언덕 지대가 포함된 코스.

헐~

100~300m 높이의 모래 언덕인 빅듄(big dune)이 파도치듯 이어져 있다.

사람이 도대체 저기를 올라갈 수 있나?

이걸 내가 넘어라고?

그러나 저 멀리 빅듄을 넘고 있는 사람들이 그저 작은 점들로 보인다.

살려면 이 구간을 빠져나가야 한다.

태양은 점점 몸을 달구고 50°c가 되었다. 한자리에 서 있을 수가 없다.​

다른 선수들은 보이지 않고 연이은 빅듄 이라는 모래언덕을 푹푹 빠지면서 미끄러지면서 기어오르다 보니 이젠 방향 감각조차 잃는다.

숯가마 같은 이곳에서 이대로 버티다가는 전신 화상이 되겠다.​

포기하자. 우선 살아야겠다.

전날 거리에 비해 오늘 제한 시간을 많이 준다고 할 때 눈치챘어야 했다.

푹푹 빠지며 이어지는 이런 모래 능선을 걷다가 누구 한 명 쓰러져 죽어도 이상할 것 없다.​

휘청거리게 부는 모래폭풍에 앞이 잘 안 보인다.

모래는 드러난 피부에 박힌다.

그녀는 결국 길을 잘못 들고 탈진하여 다리가 풀려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주저앉는다.

지나가는 한 선수의 도움을 받고 깨어났다.

짐 무게 줄인다고 진작 물을 쏟아 버렸다.

짐 무게 줄인다고 스틱을 안 가지고 왔다.

그것들이 생명과 관계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그러나 지나가는 선수들이 생명 같은 그들의 물과 스틱을 나누어 주었다.


중간 베이스캠프 메디컬센터에 들어서자마자 기절할 듯 쓰인다.

남은 레이스를 포기해라는 의료진의 만류에도 그녀는 일어선다.

"I'll never give up.

Never, Never."

설상가상으로

약용으로 의료진에게 받아 먹은 경구용 전해질이 화근이 되었다.

머리가 울릴듯한 구토가 시작되었다.

계속되는 토악질과 어지럼증.​

용광로 같았던 사하라의 기온이 차가운 영하의 밤바람이 되었다.​

구토, 울렁증, 근육통, 두통을 끌어안고 잠을 청한다.

사막의 별이 눈에 안 들어온다.

지금 생각하는 것은 한 가지- 아침 날이 밝는 대로 기권하고 집에 돌아가자.

살아야 하니.

기절하듯 잠이 든다.


셋째 날.

아침 5시,

주위 텐트의 부산스러움에 눈이 떴다.

약 때문인지 극심한 통증은 나아졌다.

일단 기권 계획은 수정.

참가자들은 이제 모두 환자.​

배낭으로 어깨가 벗겨진 이, 얼굴이 붓고 초록빛 소변을 보는 이, 다리에 경련이 나고 종아리가 부은 이, 엄지발가락에 검은 멍이 올라온 이, 물집과 진물, 피. 햇빛 화상.. 중도 탈락자가 12명 나왔다.​​


     <물집 난 저자 지인의 발.>​



코스는 갈수록 힘들어진다.

암석과 모래가 섞인 연이은 산을 넘는 코스.

체력이 몇 배 더 든다.​

중간의 바위산은 고갈된 체력의 마지막까지 빨아들인다.​

물집으로 양쪽 발을 다 붕대를 감은 선수들이 속출한다.​​


넷째 날.

오늘은 무박으로 76.3km.​

내 한 몸 걷기 힘든 사막에서 10킬로 쌀 포대 무게의 베냥을 메고 밤새 서른 시간을 걸어야 한다.

시간과 체력의 안배가 중요하다.

암흑천지의 밤의 사막을 건너는 데 필요한 것들,

헤드랜턴과 동행인.

바닥난 그녀의 체력에 발목이 접질렸다.

팀을 이루고 전진하나 따라가는 그녀는 자꾸 방향을 못 잡고 벅차다.

주간 체크 포인트에 다다랐다.

잠시 쉬고 싶다.

그러나 계속 강행하려는 팀원들.

이리저리 서운하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이젠 선글라스를 써야 할 시간.

아뿔싸~

앞 체크포인트에서 그걸 흘렸구나.

강렬한 태양의 사막에서 선글라스 없이는 더 이상 레이스는 불가능.

여기서 한갓 선글라스로 포기해야 한다니 기막히다.

그러나 지나가던 독일 선수가 여분의 선글라스가 있다며 빌려줄 때 그녀는 괜히 서러워 눈물을 쏟는다.


여섯째 날.

42.2km 제한 시간 12시간.

무박 레이스를 끝내고 이젠 고지가 바로 저기다.

마지막 날인 내일은 모로코 현지 아동을 돕기 위한 자선 걷기 행사다.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 레이스.

아침,

대회 공식 응원가가 된 <Highway to hell 이 울러퍼지고 선수들은 한호성.

드디어 'Go!'

그녀는 이젠 스타트라인에서 달리지 않는다.

평생 잡으려던 경쟁은 의미가 없다.

첫날 재참가자들이 자기들의 기록에 연연하지 않던 그들의 마음을 이젠 안다.​


마침내 결승선.

완주메달을 받는다.

비로소 참았던 눈물이 흐른다.


                  <완주!!>



63세의 앤 할머니.

68세의 바르나바 할머니.

절단된 다리에 의족을 단 선수.

시각장애인과 그를 돕는 도우미 선수.

그들에게 특별한 도움도 대우도 없다.

이런 이들을 내세워 대회를 홍보하지도, 격려 박수도, 은근한 편견도 없다.

똑같은 인격으로 대우했다.


마지막 주자가 들어왔다.

결승선 대형 아치가 철거된다.

축하공연이 시작된다.

사하라의 별들이 여전히 반짝인다.



<밑줄 치기>​


'나는 조용히 텐트 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사막의 바람도 모래도 그대로였지만

이제까지의 치열함을 내려놓고 바라보는 그곳의 풍경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숨통을 조여오던 사막의 뜨거움이라는

것도 선 밖으로 나와 바라보면

사막을 이루는 한 요소일 뿐,

사막에 있으면서

그 뜨거움이 없길 바라는 자체가

욕심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사막의 평원을 바라보면서

내가 원하는 삶을 떠올려보았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무엇'을 조용히 떠올리며

심장의 박동수가 점점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이제 나는

이렇게 가슴 뛰는 삶을 살 거야.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그 '무엇'을 만난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 길로 달려가겠어!'


가고 싶다 나도.

저 사막 레이스에.

칠순이 넘은 저질체력의 이 나이에?...


그런데 인생이 사막이 아닌가?

여기 저기서 만나는 언덕, 자갈밭.

한 발짝 나가갔다가 두 발짝 미끄러지는 일들.​

무어가 힘들고 귀찮을 때마다

이게 사막 레이스라 생각하고 도전, 도전!

이른 새벽 어디에 갈 시간, 이불속에서 못 나갈 이유 99가지를 일초만에 생각해 내다가

'에잇, 사하라!'하며 털고 기상!

귀갓길에 엘리베이터 타려다가

'에잇, 사하라!'하며 11층을 걸어 올라가기.


약발이 오래가길...​​


<영하의 새벽길과 50°c의 사하라차림.

비슷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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