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내 이름은 분한이>
김분한
우리 어매 딸 셋 낳아
분하다고 지은 내 이름 분한이
내가 정말 분한 건
글을 못 배운 것이지요
마흔 서이에 혼자되어
쭈그렁 할머니가 되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글자만 보면 어지러워 멀미가 났지만
배울수록 공부가 재미나요
세상에 이렇게 행복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요
구십에 글자를 배우니까
분한 마음이 몽땅 사라졌어요
<내동생>
하순자
엄마는 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했습니다
나는 동생을 업고 젖을 먹이러 다녔습니다
쌀을 씹어 죽을 끊여 먹이기도 했습니다
누덕바지로 만든 기저귀에 오줌을 싸서
내 등이 다 젖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