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오래 사는 방법이 뭔지 아시나요?"
"..."
"간단합니다. 나이를 먹지 않으면 됩니다."
궤변 같았지만 답을 듣는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늙는다는 것이고, 늙는다는 것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때로는 괴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프고, 피로 해소 속도도 느리다. 젊었을 때는 하룻밤 꼬박 새우고도 한 숨 푹 자고 나면 회복이 되었는데, 지금은 이삼일은 간다. 어제 읽은 책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를 잘 다루기 어렵고,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언젠가 친구랑 얘기 나누면서,
"참 늙기도 힘들다. 그치?"
라는 말을 듣고 맞다 맞아 맞장구를 치기도 하였다.
내가 나이를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 교사 시절, 어느 순간엔가 동료 선생님들이 나에게 인사를 참 공손하게 하는 것이었다. 특히 얘기도 나누지 않은 낯선 젊은 선생님들이 가벼운 목례가 아니라,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공부도 잘해서 임용고사도 잘 보고, 인사도 잘하네,라고 생각했다. 그게 틀린 생각은 아닌데 진실은 다른 데 있었다. 내가 30년 이상의 고경력 교사였기 때문이다. 따져보니, 우리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을 제외하고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 이럴 때, 사석에서는 '왕언니'라고도 부른다. 나보다 나이가 적은 부장 교사나 교감 선생님이 나에게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였다. 부담스러웠다.
또 하나는 병원에 가면 의사나 간호사가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물론 생물학적 어머니는 아니지만 나를 친근하게 대하기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눈치로 안다. 그렇더라도 처음엔 듣기가 참 거북했다. 이젠 그렇지 않다. 이순(耳順)이 가까워져서인지 들리는 것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때가 많다. 공자는 논어에서 이순에 대하여,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고,라고 하였다는 데 그 정도 경지에 오르기는 지금은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세상 이치에 대하여 젊은 시절보다는 깨닫는 것이 많아졌고, 욕심도 많이 줄었고, 방황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에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나의 대답은,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없다. 지금이 좋다. 그 시절로 돌아가면 지금까지의 삶을 또 겪어야 할 것 같아서이다. 아무리 평온한 삶을 산다고 해도 인간의 삶이란 녹록지 않음을 직간접적인 경험으로 나는 안다. 그래서 지금이 참 좋다. 지금 이 순간도 지나면 과거가 된다. 그러므로 바로 이 순간이 최고로 좋은 때다. 실질적으로 지금이 가장 젊을 때다. 바로 지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