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안전한 생활’ 수업시간이다. 우리 학교 2학년, 이 수업을 전담하시는 선생님이 있다. 하여 일주일에 한 번, 학급 담임교사는 연수실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가진다. 채점도 하고, 수업 준비물도 챙기고, 교재 연구도 하고, 때로는 독서도 한다. 짬을 내서 하는 독서는 얼마나 달콤한지 모른다. 오늘 2교시 후, 전담 선생님이 우리 교실로 들어오셨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교실을 나왔다. 편안한 휴식을 기대하며 3층 연수실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센서등이 켜지면서 예쁜 밥상보가 눈에 띈다. 분명히 2반 선생님이 간식을 준비해 놓으신 거다. 오늘은 뭘까. 거의 매일 집에서 준비해 온 간식을 연수실 책상 위에 차려 놓으신다. 오다가다 출출할 때 먹으라고 동료를 위해 마련해 놓았다. 문득,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농부셨다. 아버지와 함께. 나의 어린 시절, 엄마는 밥상 위에 아침밥을 차려놓고 농사일을 하러 나갔다. 유월이 되면 아침부터 더워지니까 조금이라도 선선한 날씨에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해뜨기 전에 일찍 논밭으로 나가야 했다. 그렇게 아침밥을 차려 놓고 일하러 나가기 위해서, 엄마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밥상을 차렸으리라.
글썽이는 눈물을 찍어 내고, 상보자기를 걷었다. 종이컵에 고구마 라테가 차려져 있다. 2반 선생님이 차려놓은 ‘밥상’이다.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는 음료가 목마른 나를 적셔주고 고단함을 위무해 준다. 2반 선생님은 우리를 위하여 자주 간식을 챙겨 온다. 찐 감자, 고구마 라테, 떠먹는 요구르트에 수제 딸기잼, 종류도 참 다양하다. 거의 날마다 이렇게 간식을 챙겨 온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동료를 위해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안다.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저 예쁜 쟁반과 밥상보까지도 집에서 가져왔다. 사람이 먹는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고 달래주기도 한다. 음식이 감동이 되는 순간이다.
(이제까지 저는 '라떼'라고 알고 있었는데, 규범 표기는 '라테latte'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