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러 파주로 간다. 자유로로 가는데 도로가에 노란 꽃이 피어 있다. 멀리서 보면 노란 국화 같기도 하다. 가까이 가보니 금계국 같기도 한데, 조금 다르다. 특히 잎모양이 다르다. 검색해 보니, 황화 코스모스란다. 여름에 피는 코스모스, 라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이도 있다.
집 근처에도 극장이 있긴 있다. 그곳에서는 오징어 냄새 팝콘 냄새가 난다. 그 냄새가 싫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 쩝쩝 바사삭바사삭 씹는 소리도 난다. 음료를 마시는 소리도 난다. 그래서 잘 가지 않는다. 내가 즐겨 가는 이 영화관에서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운이 좋은 날에는 좋은 꽃향기가 날 때도 있긴 하다. 미풍에 실려오는 화장품 향기 샴푸 향기. 영화관 이름은 '명필름 아트센터'
매표소에서 사람이 카드나 돈을 받고 영화표를 준다. 여느 극장처럼 키오스크 앞에서 셀프결제 하지 않는다. 사람 끼리의 주고 받는 말, 짧지만 정감 있는 풍경이다. 표를 사고 난 후에는 긴 소파에 앉아 대기할 수도 있다.
벽면에는 오래전에 상영한 영화 포스터가 여럿 붙어 있다. 그중에 가장 큰 사진은 1997년에 개봉한 영화 <접속>의 한 장면이다. 가로길이가 2미터 정도나 될 것 같다. 한석규와 전도연이 주연이었던 영화다. 사진 옆에 씌어 있는 글귀도 아름답다.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고 들었어요."
위층으로 가는 계단 앞에는 어린 왕자가 서 있다. 위층에 작은 카페가 있는데, 문을 열면 커피 향이 난다. 영화 보러 왔다가 잠시 들른 이 작은 카페에서 머물다 가고 싶다. 곳곳에 책도 꽂혀 있어서 미처 책을 준비해 가지 않은 사람은 책도 자유롭게 볼 수 있어서 좋다.
아래층도 위층도 북적이지 않아 좋다. 표를 파는 이도 표를 사는 이도 서두르지 않고 조용조용하다. 이 영화관, 딱 내 스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