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방에서 소외당한 일

by 강지영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할 무렵에는 카톡을 하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울려대는 카톡음이 내 생활을 조각내는 것 같아서 그랬다. 음성통화나 문자 메시지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직장 동료들이 단톡방을 만들어 사용하면서부터는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간단한 협의를 카톡으로 하기 때문이었다. 그 후부터 여러 친구들에게서 근황을 묻는 카톡이 오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친구 카톡방이 열렸다. 각자 오늘의 자기 모습이나 주변 풍경을 올렸다. 나, 지금 여기에 있어. 나, 지금 이거 먹고 있어, 등등


잘 꾸며놓은 카페에서 멋진 포즈를 찍어 올리는 친구, 잘 차려진 음식, 손대기조차 아까운 갖가지 식재료로 장식한 음식 사진을 카톡에 올리는 친구, 부부와 함께 골프 치다가 찍은 사진을 올리는 친구, 스키장을 배경으로 찍은 모습을 올리는 친구.


그런데 나는 마땅히 올릴 만한 사진이 없었다. 나는 골프장에 가본 적도 없고, 멋진 카페에 있지도 않았다. 나는 수건이 등받이에 걸쳐 있는 의자에 앉아 있다. 내 책상 위엔 펜, 면봉, 스템플러, 탁상시계, 탁상달력, 옆에는 가로누워서 쌓여 있는 책들. 내 뒤로는 정리되지 않은 침대 이불 등. 어떤 것을 올릴까. 아무리 둘러봐도 보여줄 게 없다. 음식이라도 어떻게 올려 볼까. 내가 먹는 음식은 스파게티도 샐러드도, 통밀빵도 아니다. 취나물 무침, 콩자반, 연근조림, 그리고 배추김치, 그리고 된장찌개. 음식들이 불쌍해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결국 올리지 못했다.


'지영아, 너는 뭐해?'

'응, 난 방금 영화 봤어. 그리고 지금 감상문 썼거든. 바로 이거야.'


난 방금 써 놓은 감상문을 카톡에 올렸다. 그런데 친구들이 나의 글에 대해 아무 응답이 없다. 음식을 올린 친구에게는 '맛있겠다. 그 음식 이름이 뭐야?' 카페 사진을 올린 친구에게는 '아, 거기 카페 이름이 뭐야? 멋지다.' 등의 댓글을 단다. 골프장에 있는 친구에게는 '와, 좋아 보이네.' 등의 말이 달렸다. 슬프게도 나의 영화 감상문에는 아무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 나는 괜히 올렸다고 생각했다. 나는 친구들의 사진에 짧게나마 모두에게 댓글을 달아 주었는데, 내 감상문에는 왜 대꾸가 없지?


이렇게 하여 나는 카톡방에서 삑사리를 내고 말았다. 다음부터는 카톡방에 감상문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굳게 '다짐'한 순간, 가까운 동네에 사는 동생이 들어온다.

"언니, 파주에 멋진 카페가 있다는데, 거기 가지 않을래?"

"응, 난 그냥 집에 있을래. 여기가 좋아. 지금 읽는 책도 있구."

동생은 재차 가자고 했지만, 나는 사양했다. 동생은 나의 딸아이를 데리고 갔다.


이제 집이 텅 비었다. 첼로 연주곡을 작게 틀어 놓고, 나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읽었다. 나는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구보'들의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