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하루 전입니다.
은행에 갔습니다. 1만 원권으로 15장을 찾으러 간 거였죠.
은행 창구에는 별로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대신 현금 수납기에는 줄이 서 있습니다.
주로 어르신들이었는데 세뱃돈을 준비하려나보다 했습니다.
이젠 저에게 세뱃돈을 줄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습니다.
저는 고향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골 집터에 남동생이 집을 짓고 사는데,
어찌 된 일인지 새 집에는 정이 가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도 부모님의 모습은 볼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은 내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그냥 그런 날을 보내는 딸 때문에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속상할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죄송하기만 합니다.
시어머니와 시동생 내외가 살고 있는 집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다.
시어머니는 나를 기다리겠지만 나는 발길이 향하지 않습니다.
거기 가면 남편 생각이 더 나기 때문입니다.
남편 생각이 나서 하늘 한 번 쳐다봅니다.
이래저래 갈 곳이 없습니다.
이번 설 차례상은 지난번보다 더 간소해졌습니다.
사과, 배, 나물무침, 밥과 소고기 뭇국을 차리려고 합니다.
동생이 와인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아, 그리고 오랜만에 세차했습니다.
거의 두 달 동안 세차를 안 했지 뭡니까?
주유권 10만 원에 3천 원 현금을 냈습니다.
하얀 차가 눈부시게 깨끗해졌습니다.
마음을 닦아줄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못이 있는 공원에 갔습니다.
주차장엔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내리니 찬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는데 조금 추웠습니다.
발걸음을 빨리 하니 30분 후에 등에 땀이 났습니다.
넓은 공원을 2바퀴 돌았더니 50분 정도가 지났습니다.
집에 와서 저녁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고독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
오늘 하루는 참 많은 일을 했습니다.
고단합니다.
단잠을 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