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미안해!

by 강지영

나에게는 언니가 둘이다. 얼마 전에 큰언니와 통화했는데, 작은 언니가 많이 아프다고 한다. 작은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1월 초에 형부와 함께 짧은 나들이를 하고 왔는데 그다음 날 아침부터 감기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집에 있는 감기약을 먹고 괜찮아지려나 했는데, 그게 폐렴이 되었다고 한다. 병원 치료를 받은 게 한 달이 다 지났다고 한다. 무심한 이 동생은 한 달간 전화도 못 했으니 미안한 마음에 말을 하기도 민망했다. 가까이 살면 밥이라도 해 주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는 주변머리 없는 동생이다.


언니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궁리를 해 보았다. 내가 아플 때를 떠올려 보며, 아픈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게 뭐가 있나, 생각했다. 아무래도 입맛이 없을 테니 밑반찬을 해서 택배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생협에 가서 스티로폼 박스를 얻었다. 가로 세로 40센티미터쯤 되어 보였다. 정 깊은 주인장은 아이스팩도 얹어 주었다. 봉지만 뜯으면 데워서 한 끼 식사를 할 만한 것을 골라 담았다. 소고기 육개장, 닭개장, 고기 곰탕, 우렁이 된장찌개를 샀다. 형부가 좋아하는 브로콜리, 언니가 좋아할 만한 액상 모과차도 넣었다.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단팥빵과 소보루 빵, 구운 계란도 구입했다. 집에 와서 고추장 멸치볶음을 하고, 연근 조림도 했다. 예전에 언니가 보내준 고소한 들기름으로 김구이도 했다. 냉장고에서 어제 산 애호박과 새송이 버섯도 추가했다.


스티로폼 박스에 모두 넣고 우체국에 도착했다. 그런데 큰일이 벌어졌다. 창구 직원이 내용물이 뭐냐고 해서, 나는 빵이라고 했다. 그런데 직원은 안된다고 한다. 국내 주요 택배사에서 파업을 하는 바람에 우체국 택배가 늘어나서 당분간 식품류는 받지 않는다고 한다. '위'에서 그렇게 지시가 있다는 것이다.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났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주저앉을 뻔했다. 생각 같아서는 그 길로 언니가 있는 세종시로 차를 몰고 가고 싶었다. 그런데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예전에 살던 곳에 있는 인천 우체국에 갔다. 직원이 택배물품의 내용물이 뭐냐고 묻는다. 나는 "한약요."라고 했다. 어떻게 거짓말이 튀어나왔는지 모른다. 순간 나 자신이 놀라웠다. "이거 한약인데 가능한 한 빨리 가야 하는데, 어떻게 안될까요?"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직원은 "그러네요. 이거 한약이면 바로 가는 게 좋긴 한데, 지금 물량이 많이 밀려서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거짓말한 것이 못내 미안했다. 우체국에서 허둥지둥 나와서 차 시동을 걸었다. 손이 떨렸다.


전에는 우체국 택배를 보내면 바로 다음 날 도착했었는데, 나는 그것만 믿고 있었던 거다. 최근, 뉴스를 보면 대통령 선거에 관한 얘기만 있다. 들을 때마다 답답하기만 해서 며칠간 뉴스를 안 보았다. 그러니 택배사가 파업을 한다는 정보를 듣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가 3년 차로 접어든다. 그동안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큰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기업이나 택배사는 큰 이득을 보았다는데, 그 이익을 근로자나 택배 기사에게도 배분해야 되지 않겠는가. 파업을 하는 이유가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익 배분을 공정하게 한다면 파업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서 빨리 파업이 풀려서 코로나로 힘든 이 어려운 시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보낸 택배물품이 정상적으로 배달될 텐데... 언니, 미안해! 조금만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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