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걸어서 도서관에 가려고 했다. 걸어서 20분이면 충분하다. 패딩에 장갑에 목도리까지 단단히 싸매고 나왔다. 현관에서 나오는 순간, 칼바람이 불어왔다. 어제가 입춘인데 왜 이렇게 춥냐 그냥 들어갈까, 하니 동행하던 딸아이가 차를 타고 가자고 했다. 그럴까 그럼, 하면서 다시 차를 타고 도서관에 갔다. 입구에 직원 한 명이 코로나 방역 업무를 하고 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니 열람실에는 아무도 없고 직원 한 명이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책을 반납하고 다른 책을 대출받았다. 책을 가방에 넣고 오른쪽 어깨에 메니 자꾸만 흘러내린다. 날씨가 추워서 장갑 낀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가방끈이 흘러내린다. 지난해 수술한 팔꿈치에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서둘러 가방끈을 끌어 올렸다. 딸아이가 가방을 달라고 한다. 가방을 건네줬다. 미안했다.
도서관을 나와서 마트로 갔다. 소소한 물건을 담고 다니기 위해서 양 어깨에 메고 다니는 가방을 사고 싶었다. 가방 매장을 둘러보니 예상외로 비쌌다. 꼭 필요한가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식품 매장으로 갔다. 딸아이는 시리얼과 우유를 샀다. 나는 닭고기 대파 칼국수면 감자 등을 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러 가다가 이불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작은 딸아이 방에 놓아주면 좋겠다 싶었다. 충동구매 같아서 질끈 눈감고 코너를 돌아 주차장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내리려는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여기가 어디더라 하면서 보니 복권 판매대 앞이었다. 요즘엔 검은색 롱패딩이 유행인지 열댓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옷이 거의 비슷했다. 순간, 나는 내 지갑에 현금이 없나 생각했다. 나도 복권이 사고 싶었다. 현금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방금 전 가방을 사고 싶어도 참았고, 이불을 사고 싶어도 참았다. 그렇지만 복권만 당첨되면 그런 것은 껌값이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동행한 딸아이는 별 말이 없었다. 딸아이의 생각이 어떤지 묻지는 않았지만, 복권을 사고 싶어 한 내 마음을 눈치채지 않았나 하여 창피하였다. 복권을 사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지만, 딸아이 앞에서 복권을 사는 것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마트에 혼자 갈 때 복권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몰래 복권을 사는 일은 참 외롭고 슬플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