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단톡방에 어여 들어와!

by 강지영

지난해 말, 한 친구가 대학 동기생들의 단톡방을 열었다. 이리저리 연락이 닿아 열다섯 명이 ‘단체’를 이루었다. 졸업 후, 공주에서 한 번 모임은 있었지만 그 후로 소식이 아주 뜸하다가 톡방에 모인 것이다. 주로 근황을 묻는 것으로 시작해서 건강 얘기로 마무리가 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문자 주고받기가 아주 활발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문자량이 점점 줄어들었다. 마치 권태기가 온 부부관계처럼. 그러다가 어느 한 친구가 주식 얘기, 코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처럼 생소한 사람은 그걸 이해하려고 경제 전문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검색하여 공부도 했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는 그것으로 재테크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금 덜 벌고, 덜 쓰기로 마음먹었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시간이 흘러 20대 대선이 끝났다. 2주가 지났다. 우리 단톡방에 들어온 친구들이 몇 번 후보를 찍었는지 모른다. 다만 문자를 보낸 몇몇 친구들의 지지 상황을 알 뿐이다. 그중, 정치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친구가 최근의 정치 상황에 대한 글을 자주 올렸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글을 읽기는 했는데, 무응답인 경우가 늘어났다. 바쁘거나 할 말이 딱히 없으면 이모티콘이라도 보내면 좋을 텐데. 정치적인 글을 보낸 친구는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다. 글을 읽기만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급기야는 단톡방에서 아예 나가는 친구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여 현재, 단톡방 인원이 반 토막이 났다.


왜 그럴까. 이번 대선 후유증으로, 많은 국민이 이례적으로 실망에 빠져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 걸까. 친구들끼리 문자 주고받기도 못할 정도로 실의에 빠진 것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 정치권의 갈등이 우리 단톡방의 갈등으로까지 번진 것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다. 다만 사느라 바빠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느라 힘든 점, 친구들과 나누면 좋을 텐데... 아니면 대부분 공무원 신분이라서 정치적 견해를 소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인가. 공무원도 국민이니 자기의 정치적 견해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지 않나. 이것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일까. 요즘,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는데...


얼마 전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영상을 보았다. 싱어송라이터이고 민중가요를 주로 부르는 B 가수의 노래였다. 노래 제목은 '외람되오나 쏭'. 풉, 웃음을 자아내는 노랫말이 기발하기도 하고 풍자미가 돋보였다. 그 영상의 하단에 ‘자발적 관람료’라 하고 계좌번호가 올려져 있었다. 자발적 관람료, 이 말도 재미있다. 큰 화면으로 보니, 버스킹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소액을 관람료로 기부했다. 그런데 정치 풍자 노래의 가사에 대하여 저래도 되나 하는 염려가 되었다.


나는 이런 쓸데없는 걱정은 왜 하게 된 걸까. 남이 올린 유튜브 동영상 보는 것만으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염려가 고개를 드는 이유는 뭘까. 오랫동안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훼손당한 적이 많다. 1970년대 유신 헌법의 지배를 받던 시대, 반정부적인 발언으로 고초를 주던 군부독재시대. 평범한 국민은 그런 일에 연루되는 일은 거의 없다. 나 또한 그런 일을 당한 적은 없다. 그러나 그런 시대를 사는 것만으로도 위축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금은 유신 시대도 아니고 독재 시대도 아니니, 마음을 놓자고 스스로 다독여도 ‘검열’의 껌딱지는 잘 떼기가 어렵다. 어쨌거나 요즘의 국내 정치가 잘 마무리되어서 안정적인 정권 이양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얘기를 하자면, 나는 단톡방에 올라온 글에는 댓글을 쓰거나 이모티콘이라도 보내는 편이다. 읽은 글에 답을 안 하면 뭔가 이상하다. 답글을 하는 것은 문자를 보낸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매너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상에서 읽은 글에 모두 답글을 달지는 못하지만, 지인들에게 온 문자나 카톡방의 글들에는 답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생각이 다르면 다른 대로, 의견이 같으면 같은 대로,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면 좋겠다.


친구들아, 단톡방에 다시 들어와서 즐겁게 얘기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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