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웃어 본 일이 언제였던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는 엷은 미소라도 지었던 것 같은데, 마스크를 쓰고 나니 그마저도 노력하지 않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별로 재미도 없는 일상이니 그나마 얼굴을 가려주어 다행이기도 하다. 그동안 얼마나 타인을 의식하며 사느라 힘들었는지 새삼 느낀다. 인간의 감정은 얼굴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눈빛에 입가에 그리고 목소리에. 하긴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도 사람의 얼굴 표정만 봐서는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기는 했다.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오해를 해대니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는지. 나 자신을 이해 못할 때도 있는데 길게 말해서 뭣하리. 내 마음 나도 몰라.
뉴스를 보면 딱 두 가지 얘기다. 코로나 19랑 정치권의 여야 대립. 특히 코로나 19 상황은 너무 슬프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카운트 다운되는 것을 보면 그 하나하나의 수가 사람의 생명일 텐데, 사람 하나가 1이라는 숫자로만 여겨지는 현실이 너무나 슬프다. 한 사람이 죽으면 한 세계가 사라지는 것인데, 사망자 수가 1 늘어날 뿐이다. 얼마 전에 읽은 스웨덴의 석학이자 의사인 한스 로슬링의 <팩트 풀니스>(김영사, 2019)에 보면 우리가 사는 세계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뉴스에 나오는 일들은 그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일이고 대부분의 일들은 잘 굴러가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서 역사는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정말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믿고 싶지만 자꾸만 나쁜 생각이 난다. 저자의 말대로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기를.
그런데 이러다가 웃음을 아예 잃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무인도에서 오래 살다가 말을 잃어버렸다는, 제목도 출처도 생각나지 않는 무서운 얘기가 떠오른다. 설마 그렇게는 안 되겠지. 이제까지 지구 상에 얼마나 힘든 일이 많았다고, 지금 이 세대에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 위로한다. 인간의 뇌는 만물의 영장답게 영리하지만 가끔은 매우 바보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즐겁지 않아도 억지로라도 웃으면 뇌는 ‘우리 주인’이 즐거워서 웃는다고 착각을 한다고 하니 참 웃기는 얘기다.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웃을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웃을 기력도 없다. 억지로 웃는다는 것도 어느 정도의 체력이 되었을 때의 얘기다.
요즘, 코로나 19로 인하여 1/3 등교를 한다. 일주일에 두 번만 아이들이 학교에 온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왜 그렇게 바쁜지. 아이들 원격수업 준비로 하루 온종일 내 체력은 고갈되고 만다. 자료를 찾고, 자료를 만들고, 자료를 배부하기 위하여 학습 꾸러미를 만드는 모든 일이 왜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텅 빈 교실, 천장에서는 난방기 한 대가 열기를 뿜어대지만 교실을 따뜻하게 데우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손이 시려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가 힘들다. 괜히 손목에 힘만 주어진다. 발은 또 왜 그리 시린 지. 두꺼운 수면양말을 교실에 가져가 신어도 교실 바닥에서 밀려오는 냉기는 막을 수가 없다.
그러다가 집에 오면 녹초가 되는데, 그래도 난 엄마니까 저녁밥을 준비한다. 요즘 학교도 못 가고 거의 1년 내내 원격수업을 듣고 있는 대학생 딸아이가 나를 반겨준다. 요즘 시험공부 중이라 힘들어서인지 얼굴에 듬성듬성 올라온 여드름이 좋아지질 않는다. 안색도 좋은 것 같지 않다. 딸아이 건강이 걱정이 되지만 그렇다고 딱히 도와줄 일이 떠오르지 않는다. 즐거운 마음으로 밥상 차려주는 일밖에. 오늘 저녁엔 불고기를 했다. 300그램 한 팩을 샀다가 모자랄까 싶어 한 팩을 더 샀다. 집에 와서 딸아이와 함께 먹었다. 큰딸은 야근을 한다고 늦게 왔다. 요즘과 같은 시기에 야근을 하다니. 다행히 너무 늦지는 않고 설거지를 다 하고 9시 뉴스를 할 때쯤 들어왔다. 들어오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10층까지 걸어올라 오느라 긴 머리가 흐트러졌고, 이마에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붙어 있다. 휴, 졸라 힘들어. 딸아이의 건강한 호흡이 나를 웃게 한다. 엄마, 불고기야? 맛있겠다. 내 것도 남겨 놨지? 오늘 고기가 참 연하네. 맛있어, 엄마. 딸아이가 맛있게 먹는다. 내일은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반찬을 먹일까. 꿈속에서 요리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