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인터넷)
큰딸아이를 낳고 나니, 주변에서 또 둘째 안 낳느냐고 성화였다. 특히 시할머니가 그랬다. 내 남편이 장손이라서 아들을 기다리는 시어른으로서는 당연하다 이해하고 넘겼다. 그렇더라도 그건 그분 사정이고 나는 나고, 라는 배짱으로 버텼다. 둘째 아이를 낳으려고 특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어머니는 둘째 아이를 기다렸을 터인데, 직접적으로는 말씀하시지 않아 나로서는 고마운 마음이었다. 생기면 낳고, 안 생기면 말고, 라는 생각으로 '가진 자'의 여유를 부려 보았다.
그런 던 중 첫아이가 5살이 되던 해에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과 출산의 경험이 있어서 아주 태평하게 학교 출퇴근을 하였다. 출근하면서 큰딸은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는 학교로 출근하고 그때도 참 행복했다. 세번의 유산 끝에 둘째까지 생긴 것이 꿈만 같았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내가 '다산형' 여자인가 생각도 했다. 둘째의 출산이 임박해 오자, 산후조리가 마음에 걸렸다. 엄마가 연세가 있으셔서 부탁하기는 어렵고, 시어머니는 시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으니 안 되겠고, 고심하던 중이었는데, 친정 큰언니가 해주겠다고 해서 미안하지만 감사히 받기로 했다. 출산 준비물을 챙겨서 인천에서 대전시 큰언니네로 갔다. 내가 아기였을 때, 엄마는 농사일을 하고 큰언니가 나를 업어서 키웠다는데, 또 큰 신세를 졌다.
요즘 같으면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면 수월하겠지만, 내가 출산을 했을 당시만 해도 산후조리원이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아 대부분은 친정이나 시댁에서 산후조리를 맡아해 주던 시절이었다. 출산휴가가 끝나고 둘째 딸을 맡겨야 할 시터를 구하는 게 문제로 다가왔다. 첫아이를 돌봐주던 분 중 한 분은 문방구를 운영하느라 안되고 1층에 사시던 시터 분은 이사를 가셔서 안되고. 난감한 처지였다. 그런데 뜻밖에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둘째는 느이 시누이에게 맡기는 게 어떻겠니?"
"큰고모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시터를 구하지 못해 걱정이었는데, 시누이가 맡아주겠다니 고마운 마음이 앞섰다.
"좋아요. 어머니. 고모가 그렇게 해 주겠대요?
"응. 남들 주는 만큼만 주면 되고."
그 짧은 시간에 나의 감정은 널뛰기를 했다. 좋았다, 서운했다, 감정이 이렇게 바뀌다니. 누군가 내 아이를 돌봐주면 비용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막상 시어머니에게서 비용 얘기가 나오니까 서운했다. 피붙이끼리 돈 얘기를 하는 게 어색했다. 어떻든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거리가 문제였다. 시누이 집이 광명시에 있었는데,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인천 집으로 데리고 와서 돌보다가 일요일 저녁에 광명시로 데려다주곤 했다. 처음엔 차가 없어서 무척 어려웠다. 택시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가고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또 택시를 타고. 시누이 집에 작은 딸아이를 데려다주고 인천 집에 와서는, 금세 딸아이가 그리웠다. 벗어 놓고 간 아기 옷을 얼굴에 댔다. 아이가 남기고 간 체취를 맡으며 울었다.
오고 가는 길은 어려워도 시누이가 아이를 돌봐주는 동안에는 시댁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 같아 좋았다. 시댁에 가족 행사가 있을 때에도 시누이는 작은딸 아이를 살뜰히 챙겨주곤 했다. 그렇게 딸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키웠다. 몇 년이 지나서 아파트 단지가 큰 곳으로 이사를 오니, 단지 내에 어린이집이 있었다. 그 어린이집 원장님은 자기 아이까지 어린이집에 데리고 다니시는 분이었다. 그 원장님과 선생님들도 좋은 분들이었다.
또 다행인 것은 내가 발령받은 학교에 병설유치원이 있었다. 그것도 육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아침에 셋이서 같이 손잡고 등교하여 작은딸 아이는 유치원으로, 큰딸아이는 자기 교실로, 나도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교실로 갔다. 이렇게 하면서 아이들이 커나갔다. 좋은 분들 만나 딸아이 둘이 잘 성장해 갔다. 고마운 분들이다. 이제 나의 육아는 끝난 지 오래다. 앞으로 육아를 할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어떤 문제는 새로 다가올 것이고, 또 어떤 문제는 해결되기도 할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가 저출생이 큰 문제라고 한다. 아이를 낳아도 키우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구체적 대책으로는, 첫째, 아파트 단지 내에 영유아를 돌봐주는 시설이 충분하면 좋을 것 같다. 대부분의 아파트에 노인정이 있는 것처럼, 아기를 돌봐주거나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좋은 시설이 필수적으로 갖춰지면 좋겠다. 둘째, 또한 직장 내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충분히 갖추어진다면 아기 엄마들이 출근하면서 아이를 맡겨두니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셋째,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끝으로, 맞벌이를 하지 않고도 부모 중 한 사람만 직장을 갖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것 말고도 사교육 문제, 여성 독박 육아 문제 등 여럿 있다. 여기서 꼭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다. 아기를 키우는 것이 '부담'이 아니라 '행복'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