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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나를 분리하기

by 로그아웃아일랜드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에 성공이 많을까, 실패가 많을까? 나의 경우엔 크고 작은 실패들이 성공보다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내게는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훨씬 많이 남았다. 개인적으로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이 훨씬 재밌고 흥미로우며 느끼는 바가 더 많다.




나는 개인적인 실패담을 술안주로 삼는 것을 좋아했다. 썩 유쾌하지 않을 법하지만 실패자 본인이 하는 얘기라면 다르다. 이미 본인이 깔깔대면서 말하는 실패담에 듣는 이들이 죽상일 이유도 없지 않은가. 친구들도 슬슬 웃기 시작하고 '그랬으면 안 됐지' 하며 지적도 해준다. 또는 운이 안 따랐다는 말을 해주기도 하고, 너는 최선을 다했지 않느냐는 말을 덧붙여주기도 한다. 다 같이 웃으며 내 실패담에 뭇매질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내 실패담과 분리되어 있음을 깨닫곤 했다. 며칠간 내가 곧 실패 그 자체 같았는데 이제는 친구들 옆에서 나도 같이 내 실패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것은 나만의 방식일 뿐이다. 어떤 방식이든 좋으니, 실패와 나를 분리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한다면 우리는 좀 더 실패에 초연해질 수 있다. 인생은 어쩌면 실패의 지뢰밭과 같다. 지뢰를 일부러 밟으러 가는 사람은 없다. 단지 운이 나빠서 밟을 뿐이고, 터진 지뢰에 우리의 의도는 담겨있지 않다. 지뢰처럼 인생은 우리가 의도한 대로만 돌아가지 않으며 따라주지 않는 주변 상황들 때문에 우리는 간간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차피 실패가 반복되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실패할 때마다 실패자가 되어선 안 된다. 스스로 실패자라 낙인찍는 것은 '나=실패'라는 공식을 만드는 거나 다름이 없어서 전혀 상관없는 이후의 상황에까지 실패의 감정을 전염시켜버린다. 실패는 하되, 그저 한 사건으로 치부해야 한다. 그런 일이 있었더라며 남일처럼 얘기할 수도 있다. 일기에 쓰고 덮어버릴 수도 있다. 실패를 분석한 후 보다 나은 성공을 이끎으로써 실패가 실패가 아니었던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여러 방식으로 실패는 실패대로, 나는 나대로 떼어둘 수 있어야 한다.




실패와 나를 분리함으로써 우리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실패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제서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지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채택한 방법이 문제였고, 수단이 문제였고, 작은 실수가 문제였을 뿐 내가 문제였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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