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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의 힘

by 로그아웃아일랜드

콘텐츠를 만들 때 꼭 지키는 규칙이 있는데,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있더라도 최소 하루 이상의 여유를 두고 나서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이다. 콘텐츠를 마무리 짓는 것은 마치 팔벌려뛰기의 마지막 번호를 헐떡이며 겨우 외치는 것과 비슷하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마무리하는 것에만 치중하다 보면, 마침내 끝냈다는 사실에만 의미 부여를 하느라 객관적이기 어렵다. 그래서 시간 간격을 두고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봐도 괜찮으면 잘 된 거고, 보통은 수정할 것이 꼭 눈에 보인다.



이런 규칙은 일상에도 유의미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간격을 두는 것은 우리의 시선을 회복해 준다. 반복적인 시선이 누적되어 무거워진 눈꺼풀을 잠시 쉬어주고, 다시 말끔하게 뜬 눈으로 상태를 직시할 수 있는 것이다. 특정 결과물만이 아니라 나와 타인의 행동, 나를 둘러싼 여러 사건과 상황 등을 치우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간격을 두어 치우침을 걷어낸다.



시간적 간격만이 아니라 공간적 간격도 비슷한 회복력을 준다. 곁에 물리적으로 함께 하는 것이 주는 익숙함은 태초의 특별함을 지워버리기 마련이다. 그 특별함이 내 눈에만 잠시 사라졌을 뿐인데도 우리는 그것을 오해하여 '싫증이 났다' 생각하곤 한다. 그럴 때 대상과 물리적 간격을 어느정도 두면 도움이 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공간이든 잠시 나와 간격을 두어보면, 그들에 대한 애정이 다시 회복된다. 싫증이 났다가 다시 애정을 쏟게 되는 것은 우리가 변덕스러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당연한 휴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간격은 곧 휴식이다. 우리는 종종 어떤 일이나 관계, 과정, 상황 등에 열중하거나 매몰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눈앞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에 쉽게 과열되곤 하는데, 그때 간격을 일부러 둠으로써 과열된 나를 차분하게 식힐 수 있다. 한숨 식히고 난 후의 우리는 어느 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고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직시할 수 있다. '왜 이렇게 잘 풀리지 않을까' '왜 이렇게 싫증이 날까'라는 흔한 의문들이 우리를 스트레스받게 할 때, 의도적으로 간격을 두어보자. 약간의 간격만으로도 우리는 똑같았던 것들에 다시금 색다름을, 특별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 이후 생긴 확신은 분명히 어제의 확신보다 더 강력하고 선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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