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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를 위한 로그아웃 입문 (2)

by 로그아웃아일랜드


>> 초심자를 위한 로그아웃 입문 (1) 편에 이어서...




4. 글씨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포인트는 키보드가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글자를 써 내려가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얘기했던 '손이 묶이는 일'과 상통하며 좀 더 나아간다. 손으로 하는 일이되,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며 온전한 '나만의 글'이 나온다는 점이 플러스 알파인 것이다. 이것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며,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님에도 충분히 가치 있음을 깨닫게 한다. 해보기 전엔 멋질 줄 몰랐던 결과물들이 생겨난다. 일기가 될 수도 있고, 계획이 될 수도 있고, 간단한 낙서 또는 편지, 짧은 필사도 정말 멋질 수 있다. 뭘 하기 시작하다 보면 붙는 탄력은 시작하기 전에는 절대 느껴볼 수 없다. 그런 탄력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것이 글쓰기다.



요즘의 우리에겐 고작 A4용지 반 장쯤 가득 글을 채워보는 정도의 사건도 거의 없다. 형태와 상관없이 우리는 종이와 펜을 가지고 일단 앉아보아야 한다. 최근에 들었던 고민, 앞으로의 계획, 내가 좋아하는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저린 팔을 부여잡으며 무아지경으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곧 로그아웃이다.







5. 주기적으로 재배치를 시도한다.



내 주위를 재배치하는 것만큼 환기를 일으키는 것은 없다. 같은 공간이 곧 다른 공간이 되고, 옷을 새로 사지 않아도 새로운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일의 효율이 늘어나기도 한다. 어떤 누군가는 애써 잘 만들어놓은 걸 왜 굳이 재배치해서 시간을 낭비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결국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재배치의 힘을 깨닫기 어렵다. 재배치는 바뀌었기에 편해지고 풍요로워진다는 지극히 단순한 장점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재배치는 그 과정 동안 얻는 특별한 창작의 감각을 선사하고, 결국 해냈다는 성취감과 내가 옳았다는 자기 확신을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일상 속 가장 쉬운 재배치는 무엇일까? 단연 나의 방을 정리하는 일일 것이다. 살아온 동안 소중한 것들만 차곡차곡 모아놓은 뒷마당과 같은 나의 방을 직접 재배치해 봄으로써, 나에게 무엇이 더 소중한지 그리고 무엇을 더 먼저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가끔은 과거의 기록에 푹 빠져 시간을 보내느라, 생각에 깊이 잠겨보느라 재배치가 살짝 더뎌질 수는 있다. 하지만 로그아웃은 정리가 다 된 방을 보며 흐뭇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하는 그 시간 동안 겪는 과정 자체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재배치부터 도전하며 로그아웃을 경험할 수 있다.







6.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한다.



이때 초점이 나만의 시간을 '많이' 확보하는 것에 맞춰져서는 안 된다. 그게 일주일 중 하루가 되었건, 하루 중의 고작 한 시간이 되었건 중요한 건 내가 직접 나만의 시간을 만든다는 점이다. 집에서부터 일터에서까지 우리는 하루 종일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다.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야 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직접적인 대화가 겨우 끝난다 싶으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접속 종료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만약 일하는 내내 사람들과 있었는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사람과 떨어질 수 없다면 자는 시간 말고는 내 시간이 없는 셈인데, 자는 시간은 과연 나의 시간이 맞을까? 극단적인 경우엔 한순간도 접속을 끊지 못하는 '로그아웃이 거절된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긴 시간까지는 필요치도 않다. 언제든 어디서든 혼자 조용히 보낼 수 있는 나만의 짧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하루를, 최근을, 일 년을,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건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보다는 온전한 나만의 순간에서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은 사람만이 아니라 휴대폰도 멀리하면 더욱 좋다. 어디에도 접속되지 않은 순간을 스스로 만든다는 것은 곧 완전히 새로운 생각으로의 접속을 만든다. 그제야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어떨 때는 그날 하루만 해도 두세 번 이상 '이거 완전 로그아웃이네!'하고 외치기도 한다. 충분히 환기가 되었거나 또는 완전히 몰입하였거나, 그러다 새로운 생각과 감정이 번뜩 떠오르거나, 익숙하던 일이 왠지 다르게 느껴질 때 우리는 '로그아웃되었음'을 느낀다. 그 계기는 워낙 다양해서 몇 가지로 압축하기 쉽지 않으며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입문자를 위한 로그아웃 제안이라 적긴 했지만 앞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에게 어울리는 로그아웃의 방식을 아카이빙 하기 위해, 여러 소재들과 계기를 잘 기억해두기 위해 이렇게 적어두는 것일 테다. 그리고 이것을 공유함으로써 누군가는 이 글에 어떤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만의 로그아웃을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바이다.



우리는 '로그아웃이란 아무튼 이런 거예요!'라고 일방적으로 주장만 하기보다는 '우리는 로그아웃이 이렇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궁금해요!'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만의 정의가 아닌 함께 만들어나가는 정의가 훨씬 멋지고 값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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