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화. 선망과 질투 사이

프로포즈 받은 친구 소식에 '좋아요'를 누르지 못한 이유

by 지안의 방

손가락이 멈췄다.

화면 속 유진이는 서울의 한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 붉은 장미 꽃잎이 흩뿌려진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무릎 위에는 영롱한 로고의 샤넬 백이, 목에는 티파니 목걸이가 걸려 있었고, 발치에는 반짝이는 지미추 웨딩슈즈가 놓여 있었다.


[오빠 고마워, 5월의 행복한 예비 신부 #Propose #Tiffany #Chanel #JimmyChoo]


평소라면 0.1초 만에 하트를 누르고 "대박! 너무 축하해!"라는 댓글을 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내 손가락은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축하라는 감정이 끼어들 틈도 없이, 비릿하고 끈적한 질투가 온몸을 휘감았기 때문이다.

화면 속 유진이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웃고 있었다. 유진이는 나보다 공부를 잘하지도,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 밤을 새우는 나만큼 치열하게 살지도 않았던 친구다. 그런데 왜 그녀는 저런 '완벽한 하루'를 선물 받고, 나는 이번 달 카드 할부금을 걱정하며 어두운 방안에 홀로 앉아 있는 걸까.


비교의 화살은 곧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유튜브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는 내 남자친구에게로. 평소에는 다정하고 성실한 그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유진이의 예비 신랑과 비교되어 한없이 무능해 보였다.

'내 남친은 왜 저런 이벤트를 해줄 생각을 못 할까?' '우리는 왜 저런 호텔 근처에도 못 가본 걸까?'


사랑하는 사람을 SNS 속 필터가 잔뜩 낀 타인과 비교하며 깎아내리는 스스로가 끔찍하게 옹졸하게 느껴졌다. 유진이의 샤넬 백과 티파니 목걸이가 마치 내 자존감을 짓누르는 바위처럼 느껴졌다. 결국 나는 '좋아요'를 누르지 못한 채 화면을 급하게 위로 쓸어 올렸다. 하트 하나를 누르는 행위가 나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만 같아 견딜 수 없었다.


선망과 질투는 한 끗 차이다. 남이 가진 것이 나를 자극할 때 선망이 되지만, 남이 가진 것 때문에 내 곁의 소중한 것들이 초라해 보일 때 그것은 지옥 같은 질투가 된다. 나는 오늘 유진이를 축하하지 못한 게 아니라, 그녀의 화려한 프로포즈 뒤에 숨어버린 나의 평범한 일상이 미치도록 초라했다.



지안의 노트 : 타인의 '특별함'이 나의 '평범함'을 파괴하게 두지 마세요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SNS는 가장 화려한 순간만을 전시합니다. 그 샤넬 백 뒤에 숨겨진 그들의 갈등이나 할부 영수증은 보이지 않죠. 타인의 하이라이트와 나의 비하인드를 비교하는 순간, 내 곁을 지키는 소중한 사람과 평범한 행복은 갈 곳을 잃습니다. 질투라는 안개를 걷어내야 비로소 내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집니다.



[로그아웃 연습 : 나를 위한 질문]


타인의 화려한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비교 대상'은 누구였나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연인 등 주변 사람을 타인과 비교하며 상처를 주진 않았나요?


또한, 오늘 당신의 연인이 혹은 가족이 당신에게 건넨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배려는 무엇이었나요? (액정 속 명품 백보다 빛나는 현실의 다정함을 한 가지만 떠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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