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 할부와 파스 냄새로 범벅된 나의 인생 취미
주말 아침, 인스타그램 피드는 이미 초록빛 필드로 가득했다.
"오늘 첫 라운딩!", "날씨가 다했다!" 같은 문구와 함께 화사한 골프웨어를 입은 친구들의 모습은 마치 성공한 인생의 훈장처럼 보였다.
나만 이 유행의 궤도에서 이탈해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서른 살의 나에게 취미란 즐거움이 아니라, 내가 여전히 괜찮은 집단에 속해 있음을 증명하는 신분증 같았다.
결국 나는 12개월 할부로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의 골프채 세트를 결제했다. 나를 위한 투자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은 "나도 이런 거 할 줄 아는 사람이야"라는 인증샷 한 장을 위한 비싼 입장료였다.
연습장에 갈 때도 아무거나 입을 수 없었다. 남들이 다 입는다는 브랜드의 치마와 모자를 사고 나니, 이미 연습장 등록비보다 옷값이 더 많이 나갔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채를 휘두를 때마다 손바닥엔 물집이 잡혔고,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프로의 지적보다 나를 더 괴롭히는 건, 골프공 하나 제대로 맞히지 못하면서도 거울 속에 비친 내 착장을 체크하는 내 비참한 시선이었다.
드디어 다가온 첫 라운딩 날.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골프장은 눈부시게 예뻤다. 하지만 그 풍경을 즐길 여유 따위는 없었다. 공은 사방으로 튀었고, 나는 그 공을 찾으러 산으로 들로 뛰어다녔다. 카트를 타고 우아하게 이동하는 상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숨은 턱끝까지 차오르고, 비싼 골프화 속 발가락은 만창이 되어갔다. 그 와중에도 나는 친구에게 매달렸다.
"나 치는 척할 테니까 연사로 좀 찍어줘. 최대한 자연스럽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지독한 파스 냄새와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오늘 하루 그린피와 캐디비, 기름값으로 쓴 돈은 내 일주일 치 월급에 육박했다. 통장은 텅 비었고, 가랑이는 말 그대로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스마트폰을 켜 보정된 '나이스 샷' 사진을 올렸다. 사람들은 "멋져요!", "역시 지안 님은 뭐든 잘하시네요"라며 환호했다. 하지만 정작 사진 속 주인공인 나는 침대에 쓰러져 신음하며 생각했다.
'나는 지금 정말 즐거운 걸까, 아니면 즐거워 보이려고 연기하는 걸까?'
남들의 속도에 맞추려 억지로 보폭을 넓히다가, 내 소중한 일상은 이미 비명을 지르며 찢어져 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취미는 나를 채우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활동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컨텐츠가 되는 순간, 그것은 휴식이 아닌 또 다른 노동이 됩니다.
내가 정말 그 공을 맞히는 순간의 쾌감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골프백을 메고 있는 내 이미지를 좋아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진짜 취미는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아도 내 마음을 배부르게 합니다.
[로그아웃 연습 : 나를 위한 질문]
지금 당신이 하는 취미 생활 중, SNS가 없다면 바로 그만둘 활동이 있나요?
(남들이 몰라줘도 내가 정말로 아끼고 즐거워하는 일인지 점검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