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화. 사랑도 비교가 되나요?

by 지안의 방

"민아 남친은 이번에 의사 면허 따고 바로 벤츠 뽑았다더라. 이번 주말엔 교외로 드라이브 간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모임은 즐거움보다 숙제에 가까웠다. 친구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은 하나같이 눈부셨다. 누구는 명품 백으로 프로포즈를 받았네, 누구 남친은 전문직이라 시댁에서 집을 해줬네 하는 이야기들.


그 화려한 수식어들 사이에서 나의 평범한 직장인 남자친구, 상훈은 어느덧 '자랑할 것 없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상훈의 구형 SUV 조수석에 앉은 내 마음은 가시방석이었다. 평소엔 아늑하고 정겹던 엔진 소리가 오늘은 왜 그리 덜덜거리는 소음처럼 불협화음을 내는지.


​"지안아, 오늘 재미있었어? 뭐 맛있는 거 먹었어?"
​상훈이 평소처럼 다정하게 물었지만,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냥 뭐... 다들 잘 살더라. 민아는 벌써 결혼 준비 시작했대."
​내 입에서 나간 말은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상훈을 겨냥했다. 사실 나는 상훈의 성실함이나 다정함보다, 그가 가진 조건이 친구들의 남친보다 뒤처진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인정중독은 이제 나를 꾸미는 것을 넘어, 내 연인에게까지 번져 있었다. 나는 상훈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줬을 때 내 체면을 세워줄 액세서리나 트로피로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결국 참았던 말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오빠는 계획 없어? 우리 만난 지도 3년인데, 프로포즈는 언제 할 거야? 남들은 호텔에서 명품 백 받으면서 결혼 시작한다는데, 우리는 뭐야?"
​상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눈에는 당혹감과 깊은 상처가 스쳤다.


"지안아, 나는 우리 형편에 맞춰서 차근차근 준비하자고 생각했지... 갑자기 왜 그래?"
​"차근차근? 그러다 평생 남들 뒤만 쫓아가겠어! 나도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고 싶단 말이야!"


​차 문을 쾅 닫고 내렸다.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상훈이 얼마나 허탈한 표정으로 핸들을 잡고 멈춰 서 있을지. 내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가장 소중한 사람의 진심을 짓밟고 온 밤, 나는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켰다. 민아의 피드에는 벤츠 핸들 위로 겹쳐진 연인의 손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그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며, 내 곁의 진짜 온기는 스스로 발로 걷어차 버린 채 차가운 액정 속 남의 행복을 질투하고 있었다.



지안의 노트: 사랑은 전시용이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타인의 잣대로 평가하기 시작하는 순간, 관계는 지옥이 됩니다. 내가 인정받고 싶어서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지는 않나요?


남들의 눈에 근사해 보이는 커플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우리 두 사람만의 속도로 걷는 평온함입니다. 진짜 가난한 것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내 곁의 진심을 보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로그아웃 연습 : 나를 위한 질문]


​내 파트너가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조건'이 없더라도, 여전히 그(그녀)를 사랑하시나요?
(그의 스펙이 아닌, 그가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과 다정한 말 한마디의 가치를 떠올려 보세요.)

​오늘 밤, 파트너에게 당연하게 여겼던 사소한 배려 한 가지를 찾아 고맙다고 말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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