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 남친은 이번에 의사 면허 따고 바로 벤츠 뽑았다더라. 이번 주말엔 교외로 드라이브 간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모임은 즐거움보다 숙제에 가까웠다. 친구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은 하나같이 눈부셨다. 누구는 명품 백으로 프로포즈를 받았네, 누구 남친은 전문직이라 시댁에서 집을 해줬네 하는 이야기들.
그 화려한 수식어들 사이에서 나의 평범한 직장인 남자친구, 상훈은 어느덧 '자랑할 것 없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상훈의 구형 SUV 조수석에 앉은 내 마음은 가시방석이었다. 평소엔 아늑하고 정겹던 엔진 소리가 오늘은 왜 그리 덜덜거리는 소음처럼 불협화음을 내는지.
"지안아, 오늘 재미있었어? 뭐 맛있는 거 먹었어?"
상훈이 평소처럼 다정하게 물었지만,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냥 뭐... 다들 잘 살더라. 민아는 벌써 결혼 준비 시작했대."
내 입에서 나간 말은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상훈을 겨냥했다. 사실 나는 상훈의 성실함이나 다정함보다, 그가 가진 조건이 친구들의 남친보다 뒤처진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인정중독은 이제 나를 꾸미는 것을 넘어, 내 연인에게까지 번져 있었다. 나는 상훈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줬을 때 내 체면을 세워줄 액세서리나 트로피로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결국 참았던 말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오빠는 계획 없어? 우리 만난 지도 3년인데, 프로포즈는 언제 할 거야? 남들은 호텔에서 명품 백 받으면서 결혼 시작한다는데, 우리는 뭐야?"
상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눈에는 당혹감과 깊은 상처가 스쳤다.
"지안아, 나는 우리 형편에 맞춰서 차근차근 준비하자고 생각했지... 갑자기 왜 그래?"
"차근차근? 그러다 평생 남들 뒤만 쫓아가겠어! 나도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고 싶단 말이야!"
차 문을 쾅 닫고 내렸다.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상훈이 얼마나 허탈한 표정으로 핸들을 잡고 멈춰 서 있을지. 내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가장 소중한 사람의 진심을 짓밟고 온 밤, 나는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켰다. 민아의 피드에는 벤츠 핸들 위로 겹쳐진 연인의 손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그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며, 내 곁의 진짜 온기는 스스로 발로 걷어차 버린 채 차가운 액정 속 남의 행복을 질투하고 있었다.
지안의 노트: 사랑은 전시용이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타인의 잣대로 평가하기 시작하는 순간, 관계는 지옥이 됩니다. 내가 인정받고 싶어서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지는 않나요?
남들의 눈에 근사해 보이는 커플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우리 두 사람만의 속도로 걷는 평온함입니다. 진짜 가난한 것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내 곁의 진심을 보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로그아웃 연습 : 나를 위한 질문]
내 파트너가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조건'이 없더라도, 여전히 그(그녀)를 사랑하시나요?
(그의 스펙이 아닌, 그가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과 다정한 말 한마디의 가치를 떠올려 보세요.)
오늘 밤, 파트너에게 당연하게 여겼던 사소한 배려 한 가지를 찾아 고맙다고 말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