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상훈과 헤어지고 돌아온 뒤로 일주일이 지났다. 평소라면 "지안아, 화 풀렸어?"라는 메시지가 대여섯 개는 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내 스마트폰은 조용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금요일 저녁, 집 앞으로 찾아온 상훈의 얼굴은 내가 알던 다정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운전대를 잡은 손등의 뼈가 하얗게 드러날 정도로 힘을 주고 있었다.
"지안아, 우리 잠시 시간을 좀 갖자."
담백하다 못해 건조한 그의 말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또다시 방어기제를 작동시켰다.
"겨우 그 일 때문이야?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우리 미래를 위해서..."
"미래?" 상훈이 처음으로 내 말을 끊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눈엔 화가 아니라, 깊은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네가 말하는 그 미래에 내가 있긴 하니? 아니면 네 인스타그램에 올릴 스펙 좋은 남편이라는 배경이 필요한 거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상훈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민아 남친이 벤츠를 타든 의사든, 그게 우리 사랑이랑 무슨 상관이야. 너는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줄 네 인생의 구색을 맞추고 싶은 거잖아. 나는 숨이 막혀서 더는 널 못 만나겠어."
차 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멀어지는 붉은색 테일램프를 멍하니 바라보며 나는 깨달았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화려한 성벽을 쌓는 데 혈안이 되어, 정작 그 성 안에서 나를 유일하게 지켜주던 온기마저 내 손으로 밀어내 버렸다는 것을. 내가 쌓아 올린 건 성이 아니라, 나를 가두고 타인을 밀어내는 거대한 감옥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조건반사처럼 스마트폰을 찾아 쥐었다. 액정 속은 여전히 별천지였다. 누군가의 약혼반지는 눈부시게 빛났고, 새로 뽑은 외제차 시트의 질감은 화면을 뚫고 나올 듯 생생했다. 사람들은 그 박제된 행복에 열광하며 하트를 눌러댔다.
하지만 그 화려한 피드들 사이에서 나는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곁에 있던 사람의 체온조차 지켜내지 못한 주제에,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좋아요' 숫자를 세며 안도했던 지난날들이 끔찍한 조롱처럼 다가왔다. 화면을 위로 쓸어 올릴 때마다 허기가 졌다. 수천 개의 하트가 쏟아져도 내 마음의 빈 공간은 단 한 평도 채워지지 않았다.
차가운 방 안, 텅 빈 침대에 누워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를 향해 처절한 질문을 던졌다. 남들에게 근사해 보이기 위해, 내가 가진 유일한 진짜를 팔아치운 건 아닐까. 내가 지불한 비용은 단순히 돈이나 시간이 아니라,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내 삶의 전부였던 게 아닐까.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내 결핍을 채우는 도구로 쓰는 순간, 사랑은 변질됩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이미지에 끼워 맞추려 할 때, 관계는 서서히 질식합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안경을 벗고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세요. 그 사람의 투박한 진심이 세상의 어떤 화려한 포장지보다 당신을 따뜻하게 지켜주고 있었음을 잊지 마세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완벽한 관계를 만드느라, 정작 두 사람만의 진짜 대화를 놓치고 있진 않나요?
오늘, 당신 곁의 소중한 사람에게 비교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고마움을 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