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제주
보통 "마음이 닳을 때"쯤 제주도를 가고는 했다.
2025년이 되면서 집과 가족들에게 여러 일이 있었고, 혼자 멀쩡했던 내가 심적으로 다 감당하기에는
내 그릇이 크지 못한 탓인지 몇 달을 내리 홀로 시간을 보냈다.
친구나 다른 이들을 만나 즐겁게 어울리는 것도, 수다를 하며 웃는 것 조차
괜시리 죄책감과 부채감이 들기도 해서 조용히 보내는 편이 마음 편했다.
상황이 조금 정리가 될 때쯤 마음을 뉘어놓고 싶어서 제주도로 갑자기 급하게 떠났다.
일기 예보에서 비가 올 거라며 예정된 날씨가 별로라던 제주는 계속 쨍쨍했고
팔등이 붉게 타올라 익을 정도로 더운 날씨.
도착하자마자 애정하는 빈티지 가게 들려서 구경을 하고 낯선 현지인이 사주는 고마운 커피도 감사히 마셨다.
(안그럴려 해도 공짜는 왠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제주를 갈 때면 항상 머무는 동네에 도착했고,익숙한 골목들과 장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이상하리만치 모두 내 것마냥 그냥 안심이 되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져 잠을 자고 2년을 기다렸다가 간 애정하는 식당에 가서
사장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오랜 시간 그리워했던 음식들을 꼭꼭 든든히 먹었다.
뭘 하지 않아도 좋았다. 아니, 사실 뭘 해도 그냥 좋았다.
일요일에는 가고 싶던 동네의 오래된 성당의 미사를 갔다.
(난 내가 불안할 때만 기도하러 성당에 가는 소위 '냉담하는 야매 신자'이다.)
기도를 하다가, 여행객들이 눈이 띄었는지 미사 말씀에 낯선 이들에게 환영 인사와 기도 내용을 덧대주셨다.
기도 중에 신부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그때부터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 생각보다 많이 울어서 내가 놀랬을 정도. 옆에 주민분도 당황하셨는데, 미사중간 평화 인사할 때는 정말 따듯하게 눈을 맞춰주셨다.
그때 알았던 것 같다. 나 힘들었구나, 이제 안심하나 보다.
그리고 더 씩씩해져서 돌아가야지.
미사 후엔 신부님과 함께 메밀차에 구운 쑥떡을 먹었다. 이상하리만치 맛있었다.
(난 평소에 떡을 정말 잘 먹지 않는다.)
나는 힘들 때 항상 바다를 찾는다. 그리고 나에게는 우리나라 바다 중 제주 바다가 제일 사랑스럽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날씨에 변덕스러워도 항상 같은 톤으로 나를 맞아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슬픔을 집어삼켜주고, 내 상처를 포용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또 내 마음을 바다에 내려놓고 돌아온 7월.
언젠가 또 만나, 항상 고마운 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