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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스 May 08. 2018

동정 따윈 필요 없어!

영화 <The Florida Project> (2017)

그 아이 이름은 "무니"

그 여자애는 무니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 아이다. 대여섯 살 정도 된 것 같다. 학교는 안 다니는지 하루 종일 집 근처를 배회하며 또래 남자아이 스쿠티와 못된 장난을 하며 논다. 남의 자동차에 침을 뱉고 썬텐하는 여자를 훔쳐보며 낄낄 댄다. 빈 집에 불까지 지를 땐 꼬마 악마들이 따로 없다. 미운 여섯 살 정도가 아니라 죽이고 싶은 여섯 살이다.   

무니는 플로리다 주의 매직캐슬이란 모텔에서 미혼모 엄마와 산다. 스쿠티 엄마도 미혼모인데, 두 아이의 엄마는 친구다.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를 하는 스쿠티 엄마와 달리 무니 엄마는 직업이 없다. 딱 봐도 10대에 무니를 낳은 티가 역력한 헤일리는 물건을 훔쳐다 리조트 관광객들에게 팔거나 인터넷에 선정적인 사진을 올려 간신히 방세를 낸다. 음식은 스쿠티 엄마가 뒷문으로 몰래 빼주는 와플을 주로 먹는다.



동정 따윈 필요 없어!

처음 무니를 봤을 땐 악마 같은 애새끼라 생각했다. 조그만 게 어찌나 뺀질거리고 미운 짓만 골라하는지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걔 엄마 헤일리는 한심하다 못해 구제불능이다. 어쩌다 이른 나이에 애 엄마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성질도 더러운 게 일도 안 하고 담배만 뻑뻑 펴댄다. 애를 방치하다시피 하지만 어딜 갈 땐 항상 무니를 데리고 다닌다. 도둑질을 할 망정 딸을 굶기지도 않는다. 사기치고 불법을 저지르고 난동을 피울 때도 무니는 껌딱지처럼 엄마 옆에 붙어 있다. 시종일관 동정 따윈 필요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헤일리는 무니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양육한다.  그런 태도는 다른 이들의 눈에 거슬리고 그녀를 무책임한 엄마로 낙인찍는다.


헤일리가 애를 키울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한 아동복지 관계자들이 무니를 다른 가정에 강제로 입양시키려 한다. 무니는 자격이 없는 엄마일 망정 헤일리 곁을 떠나기 싫어 도망친다. 그 엄마의 그 딸이다. 이 당찬 꼬마에게 박수를 쳐 줄 수 없어서 눈물이 난다. 헤일리를 개차반 엄마로 만든 아동 복지국 사람들은, 무니를 맡은 지 몇 분 되지도 않아 애를 잃어버린다. 헤일리는 절규한다. 고작 30분도 안 되어 애를 달아나게 만들면서 나한테 애 엄마 자격이 없다니!!!

헤일리의 절규가 가슴을 파고든다. 무니의 뜀박질과 박자를 맞춰, 보는 이들의 심장을 두드린다.


모전여전, 쿨하지만 애처로운 우리 모두의 아이 무니

매직캐슬 모텔과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 꿈과 동화와 환상이 실제 하는 디즈니랜드로 그 조그만 뒷모습이 사라진다. 무니는 어떻게 됐을까. 애가 성을 향해 뛰어가는 뒷모습이 내내 머릿속에 맴돈다. 사회 안전망에서 도망친 게 무니에겐 행복일까 불행일까. 무니는 다시 보랏빛 매직캐슬 모텔로 돌아올 수 있을까. 헤일리가 불량 엄마이긴 해도 무니를 사랑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헤일리와 살면 무니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무니에게 어른들은 무얼 어떻게 해줘야 할까.


미국 플로리다뿐 아니라,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수많은 무니들에게 우린 뭘 해줄 수 있을까. 무니가 도망친 곳 디즈니랜드가 구차하고 열악한 매직캐슬 모텔보다 낫지 않다는 걸 깨달으면 무니는 제 발로 걸어 나올까. 누구도 무니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좋은 가정에 입양됐다고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개차반 엄마와 산다고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다. 무니에게 선택을 맡기기엔 너무 어리고 연약하다. 이럴 때 진정한 어른이라면 무니를 바람직한 삶으로 인도할 수 있을 텐데, 그 진정한 어른이 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다. 무니가 디즈니 성의 공주로 살든, 다시 나와 입양가정으로 가든, 아니면 구제불능 엄마와 살든 그 아이의 선택이 행복한 선택이길 간절히 바란다.

무니에게 값싼 동정심 따윈 보이지 않으면서, 그 아이와 엄마를 자꾸 도망가게 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싶다. 영화는 우리가 어디선가 무니와 마주치면,  아이를 어느 곳으로 데려다줘야 할지 꽤 묵직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내가 무니 손을 잡게 된다면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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