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어린이집에 가장 늦게까지 있는 아이

11. 워킹맘 레터 - “엄마도 빨리오면 안돼?”

by Lois Kim 정김경숙


오늘은 저의 되돌아보는 워킹맘 열 한 번째 이야기입니다.


시어머니와 친정엄마라는 든든한 사적 시스템 안에서 아이 하나를 키웠던 저는 그나마 속상한 순간들이 적었습니다. 그래도 요즘 되돌아본_워킹맘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속상했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현재 진행형으로 이 문제를 겪고 계신 워킹맘/워킹 대디도 계실텐데요, 저의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가장 늦게 까지 있는 아이였습니다. 유치원 전이였던 아이는 당시 크게 시간 관념이 없을 때니 저는 그냥 아래처럼 OO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3시쯤) “상아야, 집에 가자!” (흘끗 쳐다보지만 당.연.히. 울 엄마/아빠가 아니다. 데리러 곧 오시겠지?)

(4시쯤) “정우야, 집에 가자!” (잔뜩 기대해서 쳐다봤는데, 이번에도 울 엄마/아빠가 아니다. 부럽다…)

(5시쯤) "혜주야, 집에 가자!” (이번에도 울 엄마/아빠가 아니다 ... 나만 두고 다들 집에 가네...)


어린이집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아이는 아마 홀로 남겨진 외로움, 혹은 선택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엄마도 빨리 오면 안되나?” 했습니다. 아마도 참다참다 아이가 이 말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아이 마음을 지금도 생각해보면 리얼하고 속상합니다.


참 속상했습니다. 워킹맘으로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상처 아닌 상처를 준 것 같아서요. 일찍 올 수 없는 형편이었던 저는 아이와 이야기들을 자주 했습니다. “너가 어린이집 다니는 것처럼 엄마는 회사를 다니잖아. 너가 아침에 어린이집 가고 또 저녁에 돌아오는 것처럼, 엄마가 일하는 회사에도 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을 지켜야해."라고요. 아이의 하루에 대해 얘기하는 것과 더불어 저는 "엄마는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이런 일을 했어.” 라면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회사 이야기를 풀어서 들려주었습니다. 아이는 제가 왜 늦는지, 무엇을 하느라 늦는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아이는 방과후 다니는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저의 퇴근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오후 6시에 칼퇴근해서 데리러 간 날도 있었지만, 밤 8시, 9시에 가는 날이 더 많았고, 학원 문 닫는 시간인 밤 10시에 간 적도 있었습니다. 학원 원장 선생님과 홀로 남아 있으면서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또 피아노실에서 피아노를 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늦게 데리고 간 날은 오버해서 반가움을 표하고 과잉 사랑표현(^^)을 바칩니다. 학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도 아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손잡고 집에 가는 그 시간의 대화는 밀도는 높았습니다.


주말이면 아이가 좋아하는 축구를 같이하고 야구 캐치볼도했습니다. 특히 운동장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쉬지않고 패스하면서 달려가는 2:1 패스는 약간 죽음(!)이었지만 즐거웠습니다. 평소 다져진 체력 덕분에 같이 운동할 수 있는 엄마로 점수를 많이 딴 것 같습니다. 아이는 커가면서 제가 출장하거나 퇴근이 늦을 때면 말하지 않아도 자기 일은 알아서 잘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덧 아이는 “일하는 엄마의 아이”의 정체성을 확실히 갖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많이 미안한 엄마였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단단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언젠가 제게 문자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일하는 엄마 자랑스럽고, 늘 귀감이 되어줘서 고마워" 라고요. 귀감이란 말이 좀 낯설어 웃겼지만, 이 문자는 두고두고 캡쳐해두고 봅니다. 워킹맘/워킹대디로서 순간순간의 속상한 마음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 겁니다. 그냥 나도 통과하고, 아이도 통과한다, 라는 생각으로 좀 가볍게 마음을 가져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늘 아이와 대화를 나누려던 엄마였고, 워킹맘들이 다들 그러하듯 월차를 쓰는 날이면 하루종일 10분도 제대로 집에 엉덩이를 붙여보지 못하고 종종거리며 아이랑 24시간을 지내는 그런 엄마였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없어 속상한 마음이 들 때마다 “이것도 다 지나간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그래도 운이 아주 좋은 엄마. 그리고 그 정도면, 그 시절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엄마였다고, 이제는 말해주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보다 훨씬 힘들게 육아(혹은 독박육아까지) 하시는 분들께는 뭐 저 정도로...하실 수도 있으실텐데, 함께 이런저런 마음 나누면서 서로에게 따뜻한 연대의 위로와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입니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레터 (1)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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