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광화문 시위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일

워킹맘 레터 #14.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게 하자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_레터 (14)


오늘은 저의 되돌아보는 워킹맘 열네 번째 이야기 입니다. 오늘 제목을 보고 걱정부터 하시는 워킹맘/워킹대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늘 마음에 두었던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에게 “세상은 이런 곳이야”라고 말로 설명해주는 대신, “세상 속으로 같이 들어가 보자”는 쪽을 선택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어리니까 아직 몰라도 된다는 말보다는, 어려도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세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좀 간절하게는 ‘우리(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이웃을 먼저 돌아보고, 이웃과 함께 행복해져야 한다’는 실천적 명제를 어릴 때부터 나누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고사리같은 아이 손을 잡고 광화문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나간 첫 광화문 집회는 2004년 김선일 피살 사건으로 이라크 파병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일어났을 즈음이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1~2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저는 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늘 나누었습니다. 주말 여행할 때면 늘 걷는 시간이 많으니 얘기도 많이 나눕니다. 뉴스에서 전쟁 소식이 나올 때면, 왜 사람들이 싸우는지, 전쟁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이 눈높이로 설명하고 또 아이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어?” 그 질문 하나로 광화문에서 집에 돌아오는 내내 세상 이야기를 합니다.


2008년 광우병 사태가 있었을 때도 왜 이런 이슈가 나왔는지, 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였는지를 얘기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는지”를 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구호를 외치며 걷는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는 많은 것을 보았을 겁니다. 사람들의 외침, 피켓 구호, 표정 등을요. 책에서 읽으면서 절대 느낄 수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와는 자원봉사도 같이 했습니다. 학교 봉사점수 따기식이 아닌 진정으로 내가 살고 있는 커뮤니티에 도움되는 작은 일을 실천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나누고자 했습니다. 한강변 아파트에 살았을 때는 봉투와 집게 하나씩 들고 나가서 한강변에서 쓰레기 줍기를 했습니다. 미국에 살 때 저는 일주일에 한번 씩 시니어센터에서 점심 배급 자원봉사를 했었는데, 아이가 저를 방문할 때는 자원봉사를 함께 나갔습니다. “엄마, 오늘 자원봉사 가는 날인데, 같이 갈까?” 하면 별일 아니란 듯이 따라 나섭니다. “좋은 일”하는 것이 이벤트가 아니라, 그냥 그때 그 장소에 있게 되면 그냥 하지뭐,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기특합니다.


핵가족이 되고, 핵핵가족이 되고, 또 챗지피티랑 얘기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 따뜻한 이웃이 더 필요할지 모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밝은 미소, 그리고 표나지 않는 작은 도움이 꼭 필요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K -장남, K-장녀 문화 때문인지, 우리 가족만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숨이 콱 막히기도 합니다 (아니신 K 장남/장녀께 죄송요!). 우리의 관심과 보살핌이 가족 바운더리를 넘어섰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 도시를 넘어섰으면 좋겠고, 또 우리나라를 넘어섰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아이와 같이 보고, 같이 듣고, 같이 생각하고, 같이 움직였는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아이와 저는 나를 넘어선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면 다른 가족 구성원보다 좀더 얘기가 잘 됩니다.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간 것 같습니다.


지금은 20대 후반이 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광화문 광장에 데리고 나가고 사회 이슈에 대해 얘기했던 것을 어떻게 생각해?” 질문에 대한 아이의 대답, 좀 간결합니다. “꽤 에듀케이셔널(educational) 했지!”


어린 나이에도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보고, 훨씬 깊이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세상으로부터 보호만 할 존재”로 두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세상과 연결해 줄 존재”로 키우는게 맞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1샘플 1결과 이므로, 너무 성급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육은, 말이 아니라 함께 살아본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s. 최근 민주시민언론상을 수상한 청소년들이 만드는 신문 <토끼풀>을 보며 우리 청소년들이 정말 기특하다고 느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고 약자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마음과 또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면 1면 백지 신문발행을 택한 청소년들. 그들이 어떻게 이런 기특하게 컸을까 참 궁금합니다.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레터 (1) 을 참고해주세요)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

이전 13화#13. 왜 엄마들만 길티guilty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