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애 기를 살려줘야 하나, 잡아야 하나...”

워킹맘 레터 . 애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워킹맘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_레터 (16)


오늘은 저의 되돌아보는 워킹맘 열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애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하는 워킹맘 이야기.


“제이미, 발로 차지 않아요.”

“제이미, "타인에게 상처 주는 행동 하지 않아요.”

“제이미, 옳지 않은 행동이에요"


개그맨 이수지의 메소드급 연기가 일품인 동영상을 보면서, 늘 엄마로서 얼마만큼 아이를 받아줘야 할 것인지, 아니면 “김재득!”(이거 영상을 보신 분들은 이해 ㅎ) 라고 소리치며 본모습을 드러내야 할 순간이 고민입니다. 즉 “아이를 잡아야 할지, 기를 살려줘야 할지” 그 판단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선택의 연속인 아이 키우는 일에, 이 질문만큼 정답이 없어 보이는 순간도 드뭅니다. 떼를 쓸 때, 이 정도는 들어줘야 아이 기가 안 죽는 건지, 아니면 지금 원칙을 지켜야 하는 건지, 싫다고 할 때, 그만두게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조금 더 강하게 푸쉬해야 하는 건지.


이 문제가 워킹맘(대디)에게 특히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항상 미안한 워킹맘이 되었을때 마음이 약해집니다. 평소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가능하면 아이가 원하는 것, 해달라는 것을 해주고 싶어집니다. 긴 시간을 함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시간을 야단치는 데 쓰는 것이 아깝게도 느껴집니다. 또 ‘혼내는 엄마’로 포지셔닝 되기도 싫구요. 좋은 엄마, 친절한 엄마, 좋은 것만 주는 엄마로 기억되고 싶었어요. 또 "엄마가 좋아, 할머니(이모님)가 좋아?" 의 경쟁에서도 이겨야하구요^&*


아이가 대여섯 살쯤 되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도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이가 거실 바닥에 드러눕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울기 시작하니 멈출 생각이 없었고, 그 상태로 거의 두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서는 두 개의 선택지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선택 1: ‘지금 당장 윽박질러야 하나?’

선택 2: (제이미맘 목소리로^^) “OOO, 그러면 안 돼요… 아, OOO 화 많이 났구나…” 라고 해야하나


그때 당시 저는 그냥 우는 아이를 거실에 두고 방으로 들어가 일을 했습니다. 물론 정말로 모른 척한 건 아니고요.온 신경은 거실 쪽으로 곤두서 있었고, 귀는 아이 울음에 풀가동 상태였겠지요. 다만 그 순간만큼은 ‘개입하지 않음’이라는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아마 그래서 지금까지 생각이 나는 것 같아요.


이런 일이 집 안에서 벌어질 때는 그나마 버틸 만합니다. 문제는 지하철, 식당, 공공장소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꽂히는 순간, 판단의 난이도는 급상승합니다. 저는 그럴 때 꽤 엄하게 키우는 쪽이었습니다. 남들에게 민폐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떼를 쓰며 울면, 사람 없는 구석으로 거의 끌고 가다시피 데려가서 험한 얼굴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던 기억도 많습니다.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투면, 저는 제 아이를 더 많이 나무라는 쪽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다 우리 아이 기 죽는 거 아니야?’

‘너무 엄격한 엄마로 남는 건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그런 걱정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꽤 흘러서 돌아보니, 아이는 생각보다 잘 컸습니다. 친구들 이야기 들어주고, 먼저 배려할 줄 알고, 인기도 많고, 또 어른들에게 예의를 갖출 줄 아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가끔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다니는데 부모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장면을 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여전히 생각합니다. ‘저게 과연 아이 기를 살리는 일일까?’ 야단을 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이 틀렸는지 알려주는 건 여전히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인터벤션’을 어떻게 하느냐는…

네, 이쯤 되면 진짜 오은영 박사님이 필요합니다앗!!


아이와의 평상시 대화

제가 찾은, 아주 느리고 단순하지만 그래도 통했던 방법은 “평상시”의 대화였습니다. 감정은행처럼 대화은행, 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눈다면, 주말에 1:1 여행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엄마도 어릴 때 비슷한 순간이 있었어.”

“할아버지가 평생 학교 선생님이셔서 엄청 엄격하셨거든.”

“나만 혼날 때는 억울하기도 했어. 그래도 왜 혼내는지는 꼭 설명해주셨어.”

“이건 네가 잘못한 거고, 다음엔 이렇게 하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아이와 부딪히는 순간, 울음과 떼가 한창일 때는 대화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순간을 붙잡기보다는, 그 시간이 지나고 평온해졌을 때 그 장면을 다시 꺼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힘든 순간이 다 지나가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안좋은 얘기를 꺼내는게 맞나, 싶었지만, 이야기를 하고 지나가면 그 다음에 비슷한 순간들이 오면 아이도, 저도 그 상황 대처가 좀 편안해졌습니다.


그 당시 이렇게 되돌아보는 것을 “회고”라는 거창한 단어를 떠올리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아이와 같이 “회고”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간이 지나간 뒤, 아이와 함께 그 장면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습관이 생기면 아이도, 엄마인 저도 어느새 한 뼘쯤은 자라 있는 듯 했습니다.


물론 닥스로 함께 쓰는 가족일기도 이럴 때 도움이 되었습니다. 짧지만 자기 기분을 글로 공유하는 일이요. [#5.구글닥스로 가족일기 써보세요] 편을 참고해주세요.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레터 (1) 을 참고해주세요)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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