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레터 #18. – 시간을 “쪼개사는” 워킹맘들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_레터 (19)
오늘은 저의 되돌아보는 워킹맘 열아홉 번째 이야기입니다.
워킹맘·워킹대디들의 하루 24시간은 정말 바쁩니다. 회사 일과 집안일, 육아 사이에서 저글링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자기계발을 위해 AI도 배워야 하고, 영어 공부도 해야 하고, 어떤 날은 밤에 대학원 수업도 듣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나이라면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공부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요. 말 그대로, 하루를 여러 조각으로 쪼개서 살아가는 느낌입니다.
커리어 후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로이스님은 대학원도 많이 다니고, 하루하루 시간을 엄청 쪼개 쓰는 것 같은데,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세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도 알고 싶다…’ ;;;;
그래도 어쨌든, 오늘은 제가 살아남기 위해 써왔던 시간 관리를 두 가지 차원에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하나는 하루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미시적인 시간 관리, 다른 하나는 “아, 이 시기도 지나가겠구나” 하고 숨을 고르게 해주는 생애주기 단위의 시간 관리입니다. 참고로, 이건 어디까지나 모범 답안이 아니라 생존 기록에 가깝습니다.
미시적인, 하루하루 단위의 시간 관리 3가지 팁
1) To-do list가 아닌, 캘린더를 활용하자
시간이 들어가는 일의 경우,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중요하고 to-do list 상위에 놓여 있더라도 실제로는 실행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래서 캘린더에 시간을 ‘킵’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회사 일뿐 아니라 개인 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이나 영어 수업은 물론이고, 병원 예약 전화처럼 10분 이내로 끝날 일도 전부 캘린더에 넣습니다. 시간을 잡지 않으면, 그 일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더라고요.
2) 집중 시간을 확보하자
일정을 짤 때는 90분 단위(혹은 두 시간 정도)의 블록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팅과 미팅 사이, 혹은 일정과 일정 사이에 “좀 쉬어야지” 하고 30분을 버퍼로 넣어두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도 그랬었구요. 뭔가 쉬어줘야할 것 같은^^. 그런데 그 시간은 대부분 "죽은 시간"으로 흘러가 버립니다. "에잇, 15분 남았는데, 다른 일 시작하기가 좀 그렇네...."하고 말이죠. 가능하면 미팅이나 일정을 백투백으로 두세 개 연이어 잡고, 그 뒤에 최소 90분(혹은 2시간)의 집중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습관적으로 1시간 미팅이면 55분 정도만 하고, 나머지 5분을 화장실 가거나 물 먹는 시간에 사용합니다.
3) 멀티태스킹보다 ‘지금’에 집중하자
회의 중에 노트북으로 다른 일을 하는 경우, 많이들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회의 내용이 내 일과 직접적 관련이 없어서 멀티태스킹을 한다고들 하지만, 저는 진정한 의미의 멀티태스킹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해서 빨리 끝내고, 다음 일로 넘어가는 편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회의를 하면서 듣는 둥 마는 둥 하면, 결국 나중에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멀티태스킹은 시간을 아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회의에 집중하지 않으면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나 발언하는 사람에게 실례가 되고, 인게이지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반복적인 걷기나 달리기 같은 운동을 할 때 영어 오디오북을 듣는 정도의 멀티태스킹은, 저에게는 꽤 잘 작동합니다.
그리고 거시적인 시간 관리로는, 아이와 엄마·아빠의 생애주기 시간표를 한 번 그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엑셀에 아이의 나이, 남편의 경력 연차, 제 경력 연차를 함께 넣어 장기적으로 바라봤는데,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눈앞의 바쁨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보게 해주더라고요.
아주 세세할 필요는 없습니다.
0~4세, 5~7세 미취학, 7~9세 저학년, 10~12세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대입기간을 따로해도 좋구요), 대학교 정도로 아이의 주요 시기와 워킹맘·워킹대디의 커리어 마일스톤을 함께 맵핑해봅니다. 저희의 경우 아이가 0~4세일 때는 시댁과 친정에서 아이를 맡아 키워주셔서 이 기간에는 100% 회사 일과 자기계발에 집중했습니다. 저는 이 시기에 대학원 두 곳을 연달아 다니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5~9세가 되면서는 주말 여행을 다니며 아이에게 조금 더 집중했고, 고학년이 되어 자기 앞가림을 하게 되자 다시 일과 학업에 힘을 실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기준은 ‘승진 직후의 1년’이었습니다.
승진이 매년 되는 것은 아니므로, 승진 바로 직후 1년은 좀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전략을 썼습니다. 회사마다 이것은 상황이 다를 텐데, 구글의 경우는 승진 직후의 1년은 Strongly exceed expectation(최고 고과)을 받을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승진을 했다는 것은 책임이 커진 것을 말하므로 바로 직후에 그 책임을 100% 다할 수 있다고 보지 않거든요. 그래서 승진 직후의 1년은 아이와 가정에 좀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하는 남편도 나름의 자기 계획이 있고, 회사에서의 승진 계획이 있다면 이를 함께 고려해서 생애주기 계획을 짜보면, 일과 삶사이의 조화(“그나마”의 조화)를 조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굉장히 계획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늘 계획보다 엉망이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엉망인 와중에도 방향은 알고 있었다는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면,이 모든 시간 관리의 바닥에는 결국 체력이 있습니다. 체력이 있어야 집중해서 일할 수 있고, 집중하는 시간 자체도 길어집니다. 그러고 보면 “체력”은 시간 관리의 기술 이전에,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옵션 같습니다. 워킹맘의 하루가 24시간으로 버텨지는 이유요.
그런 의미에서, 2026년도에도 체력!!! (앗, 오늘 주제는 시간관리였는데 ㅎㅎ)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레터 (1) 을 참고해주세요)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