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래’로만 설명이 되는 문화

내 시각을 열어야 남이 보인다.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1월 30일


‘원래 그래요’라는 말로만 설명이 되는 문화

내 시각을 열어야 남이 보인다.


문화를 안다는 건, 그 나라의 역사와 종교를 아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훨씬 재미있다. 몬테네그로 평화봉사단을 시작한지 이 주 남짓 되간다. 아직 교육을 받는 단계인 baby 단계이다. 그런데 문화를 아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눈을 새삼 다시 뜨고 있다.


오늘 받은 평화봉사단 교육 중에 “문화 알아가기 (Keys to Culture)” 라는 과목이 있다 – 정말 공부를 징하게 시킨다!!!.


다른 나라를 이해하려고 하면 우리는 보통 그 나라의 역사, 종교, 음악, 음식부터 공부한다. 맞는 접근이다. 그런데 그걸 안다고 해서 그 나라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오늘 문화 교육에서 들은 한 문장이 계속 머리속을 맴돌고 있다. – “문화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그렇게 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문화는 생각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가 물을 의식하지 않듯, 사람도 자기 문화를 잘 의식하지 않는다. 누군가 “왜 그렇게 행동해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그냥 그래요.” “원래 그래요.” 그 ‘원래’라는 말 안에 가치관이 있고, 신념이 있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들어 있다.


이번 교육에서 또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우리들은 일반화를 하려고 한다. 그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일반화와 고정관념의 차이를 구별해야 한다. 일반화는 “아마 이럴지도 몰라”라고 열어두는 생각이다. 고정관념은 “원래 다 그래”라고 닫아버리는 생각이다. 출발점은 비슷해 보여도, 도착지는 전혀 다르다.

한 예로, 몬테네그로에서는 손님이 오면 무조건 음식을 권한다고 한다. 안 먹겠다고 해도 두 번, 세 번, 계속 권한다고. 이걸 설명만 들으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싫다고 해도 음식을 계속 권한다.”


그런데 며칠 전, 이웃집 마리야마 집에 놀러 갔다가 저녁 시간이 다 되어 나올 참이었다. 미리 약속된 식사 자리가 아니었고, 괜히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정중하게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마리야마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계속 권했다. 말만 그런 게 아니었다. 표정이 달랐다. “그래도 먹고 가야지”라는 눈빛, 내 팔을 살짝 잡아끄는 손짓, 부엌 쪽으로 나를 이끄는 몸짓. 그걸 보고서야 알았다. 이건 예의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걸. 배를 채워 보내는 것이 이 사람에게는 책임 같은 거라는 걸.


이걸 직접 겪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몬테네그로 사람들은 싫다고 해도 음식을 권한다.” 하지만 내가 본 건 한마디로 정의될 수 없는 ‘정’이었고, ‘관계’였다.

문화는 평균이고, 사람은 항상 예외다. 이번 교육에서는 종 모양 그래프로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느 지점에 몰려 있지만, 항상 바깥쪽 사람들이 있다. 미국 사람은 시간을 잘 지킨다는 말은 일반화일 뿐이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이걸 모르고 “미국인은 다 그렇다”라고 말하는 순간, 오해가 시작된다.


의외였던 점은 이번 교육이 “남의 문화를 배우자”가 아니라 “먼저 나를 알자”로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늘 자기 기준으로 남을 보기 때문이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문화 적응의 출발점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인식이다.


문화 이해는 지식을 많이 아는 일이 아니라 태도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단정하지 않기, 관찰하기, 물어보기, 수정할 준비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


문화는 국가의 성격이 아니라 사람들의 선택이 쌓인 결과다. 그리고 그걸 이해하는 일은 외국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배우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요즘 나는 문화를 공부한다기보다 사람을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몬테네그로에 대해 알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챗지피티와 시간을 엄청 보냈었는데, 그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 활자로 된 문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정말 한계가 있다.


사진

(1) 몬테네그로는 원래 20개가 넘는 부족(Tribe)로 이루져있다. 지금은 그 경계가 흐려졌지만.

KakaoTalk_Photo_2026-01-30-14-05-43.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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