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는 적겠지만 가심비와 희소성 높다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1월 29일 목요일
Zdravo 즈드라보. 즈드라보, 즈드라보, 즈드라보, 즈드라보,…. (= hello와 같은 뜻)
몇 번을 외워도 돌아서면 까먹는다. 그렇게 하루에 8시간씩 몬테네그로 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 20년 정도는 정말 영어에 집중했다. 주변에도 영어 공부는 배반하지 않는 ROI(투자 수익률)를 준다고 엄청 강조도 했다. 영어로 쓰인 문서는 65% 정도로 가장 높다. 물론 한국어로 된 문서는 1%도 채 안 된다. 이런 비교를 해 가면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가성비가 높은가를 강조했다 — 이건 변함은 없다.
그런데 송파구 주민 숫자(65만 명)보다도 적은 사람들만 쓰는 언어를 배운다는 것.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영어에 비해 얼마나 투자 효율성이 떨어질 것인가?
그런데 서울이 한 구민 숫자 정도만 쓰는 아주 소수 민족 언어이지만, 그 언어를 알게 되면 그 소수 민족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정말 소수에 속하는 사람이 되게 된다. 규모의 경제라는 시각으로 본다면 ‘지구상의 80억명 중에서 오직 60만 명(즉 0.0075%)과 소통하려고 새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말도 안 되게 효율이 떨어지게 생각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60만 명의 소수 민족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 80억 명 중에서 과연 몇 명이 될까로 생각하면 정말 귀하게 생각된다. 바로 희소성이다.
그리고 60만 명과 소통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란 가심비도 한몫한다. 내가 이 사람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문화를 이해하려고 하루에 8시간 이상 언어 공부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한다는 것만으로 기쁨이다. 그날 배운 단어로 떠듬떠듬 인사를 하고, TV를 듣다가 한두 단어 아는 단어가 나오면 로또 당첨 숫자를 얻은 듯이 기쁘다.
새로운 언어를 알아간다는 것. 사람을 알아가는 것과 같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건네며 오늘 배운 단어나 문장을 애써 생각해 내며 대화를 나눈다.
예전엔 언어를 ‘도구’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언어가 ‘사람’처럼 느껴진다. 말이 안 통하면 답답해지는 게 아니라, 괜히 더 웃게 되고, 더 천천히 보게 된다. 하루에 여덟 시간씩 공부하지만 실제로 배우는 건 단어보다 태도다. 기다리는 법, 틀리는 법, 다시 말해보는 법. 또 실수하면서 배우는 법을 알게 된다.
송파구 인구만 쓰는 언어를 배우는 일은 효율로 보면 무모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언어 덕분에 나는 지금 이 나라를 지도 말고, 뉴스 말고, ‘사람’으로 배우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Zdravo”를 연습한다. 아직 서툰 말로,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해서.
P.S. 현재는 한국과 몬테네그로는 비수교 국가인데, 나중에 수교가 되면 통역사가 필요할지도!!!!
몬테네그로어의 특징 5가지
1. 라틴 문자와 키릴 문자를 둘 다 쓴다
몬테네그로어는 라틴 문자(알파벳)와 키릴 문자를 모두 사용한다. 키릴 문자는 러시아어나 세르비아어에서 쓰는 문자로 A, B, C 대신 Д, Ж, Ш, Ч 같은 글자를 쓴다. 요즘은 라틴 문자가 더 많이 쓰인다. 같은 말을 두 문자로 쓸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2. 발음은 거의 ‘보이는 대로’ 읽으면 된다
영어처럼 철자와 발음이 따로 노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알파벳 그대로 읽으면 거의 맞는다. 몬테네그로어를 배우다 보면 “아, 영어 발음이 얼마나 불친절한 언어였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3. 발음 리듬이 일본어처럼 또박또박하다
크게 굴리거나 흐물거리게 발음하지 않는다. 음절이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다. 처음 들으면 일본어처럼 들릴 때도 있다.
"Kako si?" (가꼬 씨?) — “잘 지내?”
"Dobro Jutro (도브로 유뜨로)" — “좋은 아침”
4. 성(性)이 문법을 지배한다: 남성·여성·중성
사람뿐 아니라 사물도 남성·여성·중성으로 나뉜다. 그에 따라 동사 어미와 형용사 어미, 때로는 명사 형태까지 바뀐다. “나는 피곤해요”라는 문장도 말하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이게 꽤 어렵다.
5. ‘a, the’ 같은 관사가 없다
영어의 a, the 같은 관사가 없다. 대신 문맥으로 ‘그것’인지 ‘어떤 것’인지를 알아서 이해해야 한다. 처음엔 편한데, 점점 미묘해진다. “이게 아까 말했던 그 빵인지, 아니면 랜덤한 빵인지”는 상황으로 파악해야 한다.
사진
(1) 몬테네그로 abcd.
(2) 몬테테그로어로 Have a nice day (좋은 하루 되세요)! ==> Prijatan dan! *이 단어는 보나베띠 (맛있게 먹겠습니다) 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Prijat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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