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모든 가게가 문닫는 몬테네그로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1월 28일 수요일
몬테네그로의 일요일 아침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이곳에선 일요일이 되면 모든 상점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셔터를 내린다. 예외란 없다. 생명줄 같은 약국과 제한된 시간에만 잠깐 문을 여는 빵집을 제외하면, 온 나라가 약속이나 한 듯 '강제 휴무'에 들어간다. 그렇다. 이건 단순히 권장 사항이 아니라 나라 법이다.
"아차, 우유!" 소용없다!
한국에서 온 '빨리빨리'와 '24시 편의점' DNA를 가진 내게 이건 보통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일요일 아침, 모아둔 빨래를 하려다 빨래 세제가 없어서 사러 갔는데 모두 문을 닫았다! 막막...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당황하지 않는다. 토요일이면 미리 미리미리 꼼꼼하게 주말동안에 먹을 음식이나 물이 있는지, 냉장고에 부족한게 뭔지,, 세제나 휴지 등이 떨어진게 없는지, 등등을 살핀다.
덕분에 토요일의 마트는 북새통이지만, 일요일의 거리는 정말이지 평화롭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라는 궁금증에 몬테네그로 현지 호스트에게도 물어봤다. 특히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어서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명쾌했다.
우리가 일요일에 셔터를 내리는 세 가지 이유
첫째, 노동자의 '쉴 권리'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니까.
현대 사회의 "더 많이, 더 빨리"라는 속도전 속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 같이 쉬는 것'이다. 대기업은 시스템이 있다지만, 작은 가족 기업이나 중소기업의 노동 인권이 잘 지켜지는지 일일이 감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법이 나선다. "일요일엔 아무도 일하지 마!"라고 선언해 버림으로써 모든 노동자에게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확실한 휴식을 선물하는 것이다.
둘째, '엄마'와 '아빠'라는 이름을 되찾아주기 위해서.
일을 떠나 집과 동네에서 시간을 보내라는 배려다. 특히 아이가 있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일요일은 '직원'이 아닌 '엄마'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물론 아이와 하루 종일 부대끼는 게 육체적으로는 출근보다 힘들 때도 있겠지만(웃음), 그 시간이 주는 정서적 풍요를 마다할 부모가 어디 있을까.
셋째, 커뮤니티의 '싱크(Sync)'를 맞추는 사회적 장치.
모두가 각자 다른 날에 쉰다면 친구 셋이 모여 커피 한 잔 마시기도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일요일에 멈추면 약속 잡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가족 모임, 동네 산책, 취미 활동까지. '다 함께 쉬는 날'이 있기에 비로소 공동체가 살아 움직인다.
새벽 배송의 편리함과 '사람'의 가치 사이에서 요즘 한국에서는 새벽 배송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노동자의 과로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 수익을 낼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 유통 업계의 고충까지. 정답 하나로 딱 잘라 말하기엔 참으로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다.
하지만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든, 그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인권을 중심에 두고, 가족과 커뮤니티의 가치를 고민하는 논의 말이다.
누군가는 "지금 같은 고물가 시대에 참 사치스러운 생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덜 벌더라도 사람 관계 속에서 풍요로움을 찾는 문화,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 이웃의 휴식을 함께 기뻐해 주는 여유. 그런 가치에 무게를 두는 사회로 나아갈 수는 없을까?
몬테네그로에서 맞은 첫 일요일, 텅 빈 거리에서 나는 불편함 대신 따뜻한 사람 냄새를 맡았다. AI는 효율적으로 일하고, 인간은 정답게 살아야 하니까.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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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7일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