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2병'이 없는 (것 같은) 나라

AI 시대에 만난 몬테네그로의 아날로그 교육 문화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1월 27일 화요일


몬테네그로 평화봉사단에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는 이곳에 초·중등학교 영어 교사로 왔다. 정확하게는 TEFL(Teach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을 위한 교사로서, 현지 영어 교사와 짝을 이루어 수업을 진행하는 협업 영어 교사이다.


첫 3개월의 교육 기간 동안 매주 화요일에는 여러 학교를 방문하며 영어 수업을 참관한다. 오늘은 그 첫 방문날이었다. 이웃 도시 바르(Bar)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몬테네그로의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9학년까지로, 중학교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의무교육이라 교육비가 없고, 대부분 국립 유치원이 병설로 함께 운영된다.


나라마다 학교 시스템과 공부에 대한 열의가 다르기에 무엇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진학 경쟁이 치열한 한국 교육 시스템과 비교해 보니 부러운 점과 흥미로운 점들이 눈에 띄었다.


첫째, 가장 부러웠던 점 — '부드러운 적응'을 돕는 1학년 교실

초등학교 1학년은 학급당 담임 선생님이 두 명인데, 담당 교사 외에 유치원 교사가 협업 교사로 배정된다고 한다. 유치원과 학교생활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한 제도다. '제도권' 학교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둘째, 아이들의 해맑음과 높은 참여도

아이들이 정말 해맑고 수업 참여도가 높다. 선생님이 질문하면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 하며 손을 든다. 8학년이면 우리나라의 중학교 2학년 (그 무서운 중2!)인데도 참 순진하고 말을 잘 듣는다. 물론 손님이 방문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과거 초등학교 시절, 장학사가 오면 선생님이 미리 발표자를 정해두었던 기억이 났지만, 이곳은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


흥미로운 점들:

독특한 손들기: 손을 들 때 검지와 중지를 펴서 마치 'V자' 구호를 하듯 손을 든다. 유래를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유고슬라비아 시절부터 내려온 문화라고 한다. 다른 발칸 국가나 유럽 국가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 출판사 교재 사용: 피어슨(Pearson)이라는 유명 교육 출판사의 책을 그대로 쓴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문법 등이 골고루 포함된 커리큘럼이다. 문제는 기존 선생님들이 '말하기'에 약해 이 부분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평화봉사단 교사들이 그 빈자리를 메꿔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우리 세대가 문법 위주로 영어를 배웠던 상황과 비슷해 보였다.

강제(?) 휴식 시간: 쉬는 시간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오늘 방문한 학교는 쉬는 시간 15분 동안 무조건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쐬어야 했다.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실내에 남아있으면 안 된다고 한다. 6교시 내내 실내에만 있는 것은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라는데, 마치 내가 어릴 적 2교시 후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중간체조를 하던 풍경이 떠올랐다.

짧은 하루 수업 일과와 짧은 방학: 이것은 호불호가 학생(학부모 포함)이나 선생님들에게 있을 것 같은데, 몬테네그로 초등학교는 9학년(중3)이라도 7교시가 마지막 교시. 오후 2시 전에 모든 수업이 끝난다. 3시 정도 되니 학교가 문을 닫고 선생님들도학교에 없다. 하루 수업 일과가 짧아서 그런지, 여기 학교들의 방학이 짧다. 여름방학은 2주반 정도, 겨울방학이 2주 정도. 물론 학생들이 많은 대도시의 경우는 2부제 수업으로 수업 시작 시간이 다르기도 한단다.

학생수가 점점 줄어드는 농촌: 몬테네그로에서도 모든 것이 대도시로 집중되고 있어, 농촌에는 점점 사람들이 없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대도시에서는 한 반에 30명 정도면, 농촌에는 15~18명 정도. 점점 매력을 잃어가는 농촌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것이 큰 숙제. 평화봉사단 영어 교사들은 대부분 이런 농촌에 배치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학교 안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학생은 보지 못했다. 등교하면 휴대폰을 꺼내지 않는 것이 교칙인 곳이 많다고 한다. 교실마다 교사용 컴퓨터와 디스플레이는 있었지만, 한때 유행했던 노트북이나 태블릿 활용 교육은 현재 컴퓨터 수업 외에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유럽 국가 전반이 다시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학교를 방문하며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 첫 방문을 마치며 나는 다시 한번 "AI는 일하고, 인간은 산다." 란 말을 생각해보았다. 복잡하고 반복적인 데이터 처리는 AI에게 맡기더라도, 아이들의 해맑은 눈빛을 읽어내고 그들의 손짓 하나에 마음으로 반응하는 '인간적인 인터랙션'은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우리 삶의 영역이다.


효율보다는 온기를, 디지털 기기의 화면보다는 사람 냄새 나는 마주침을 택하는 이들의 교육 현장이 그래서 더 귀하게 다가온 하루였다. 특히 교육 현장은 기계적 효율성보다는 감성과 공감을 좀더 오래오래 간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

(1) 초등학교 2학년 영어 수업 중

(2) 학교 한 쪽에 붙어 있던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세르비아계 미국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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