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쉬'로 수업 시연 발표를 하다

몬테네그로 평화봉사단 영어 교사로의 첫 관문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2월 11일 수요일


평화봉사단 자원봉사를 위해 2년 반을 몬테네그로에 오기로 결정하면서, 사실 가장 걱정되는게 있었다.

영어를 가르치는 . (아니, 마흔살에 파닉스를 배웠던 내가 실제 학교 수업시간에 영어를 가르친다고???)


나는 “본토(미국)”에서 파견된 영어 교사로 뽑혀 몬테네그로에 왔다.


‘미국발’ 영어 교사인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자원봉사자 중 유일하게 나만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다. 또 대부분 작년에 대학을 갓졸업한 젊은 친구들인데 나는 나이가 좀... 많다. ‘나이 많고, 영어 모국어도 아니고, 거기다 검은 머리 동양인 아줌마(혹은 할머니?)를 아이들이 좋아할까?’ 하는 걱정이 내내 머리 뒷꼭지를 당겼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9학년, 그러니까 중학교 3학년까지의 영어 수업을 현지 몬테네그로 교사와 함께 이끌어가는 것이다. 매 주 18시간 정도 수업을 한단다. 어떤 수업은 현지 교사와 같이 들어가서 함께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45분 수업 전체를 혼자 맡기도 한다. 혼자 영어 수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오늘은 그 첫 관문, 첫 영어 수업 시연 발표 날이다.


열다섯 명의 자원봉사자가 각자 준비한 수업을 현지 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 앞에서 차례로 발표하는 날. 수업 내용 자체는 꽤 자신 있었지만, 수업 시간 내내 깨질 내 영어 문장과 늘(^^) 뻣뻣한 내 영어 발음이 걱정됐다. 단복수 동사는 잘 쓸지, 시제는 일관되게 쓸 지, 정관사/관사를 틀리지 않게 쓸 지, r, l 발음을 뭉개지않고 제대로 할지 등등 모든 게 걱정, 걱정, 걱정.


‘불편한 건 먼저 하자’가 인생 모토인 나는, 이번에도 먼저 발표하겠다고 자원했다. (기다리면서 떨 바엔 차라리 빨리 끝내는 쪽이 낫다.)


내가 준비한 수업은 초등학교 2학년 대상으로 하는 수업. 학교 안에 있는 물건들—book, ruler, pencil, pencil case 같은 단어를 익히는 단원이다. 여기 2학년은 아직 영어 쓰기를 배우지 않은 단계여서, 듣고, 말하고, 따라하는 등 소리로 익히는 단계이다.


아이들의 흥미를 어떻게 끌까 고민하다가, 큼지막한 백팩 하나를 준비했다. 그 안에 비닐봉지를 넣어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게 하고, 오늘 배울 단어의 ‘진짜 물건’을 하나씩 넣었다.


수업의 하이라이트.
미스터리 백팩, Mystery Backpack 개봉 시간. 가방을 살짝 흔드니 바스락 소리가 난다.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저 안에 뭐가 있지?’

하나씩 꺼내며 이름을 말한다.
“Ruler.”
“Pencil.”
“Pencil case.”
“Book.”


큰 관심을 끈 미스터리 백팩으로 시작한 수업은 무사히 흘러갔다. 심장이 쿵쾅거리던 45분은 생각보다 빨리 끝이 났다. 모든 발표가 끝나고 피드백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뜻밖에도—아니, 솔직히 말하면 은근히 기대는 했지만^^미스터리 백팩이 최고의 인기 코멘트를 받았다.


미스터리 백팩으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정말 잘 끌었다. 특히 바스락 소리를 내도록 한 아이디어가 창의적이였다
“오늘 배울 물건을 실제로 가져온 게 너무 좋았다. 아이들 수업에 바로 활용하고 싶다.”


45분 시연 수업 내내 발음 하나하나 틀리지 않으려고, 또 문법 깨지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막상 수업을 해보니 깨달은 게 있었다. 발음도 중요하고 문법도 중요하고 유창함도 중요하지만, 7~8살 아이들의 관심을 붙잡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너무 많아서, 예상치 못한 질문 하나에 수업이 전혀 다른 산으로 가기 쉽다. 내 수업은 다행히(?) 큰 이탈은 없었지만, 다른 동료 수업에서는 종종 막히는 순간들이 있었다. 미국 명절 소개 수업에서는 “할로윈은 마귀(사탄)의 날 아니에요?” 또 직업 소개를 하는 수업에서는 "앞으로는 AI가 다 한다는데 직업에 대해 알아야 하나요?"라는 돌발 질문에 시연 동료가 순간 "얼음땡"이 되기도 했다. 또 아직 현지 문화를 모르기에 축구를 soccer 라고 해서 지적받은 동료 (여기서는 football 이란다)도 있다.


영어 교사 준비는 이제 시작이다. 열다섯 명 중 실제 교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두세 명뿐. 비전문가로서 언어를 가르치는 일은 원어민이든, 나 같은 비원어민이든 쉽지 않다.


5분만 지나도 흐트러지는 아이들의 집중력, 예상치 못한 돌발 질문들, 그리고 무엇보다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 수업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요즘 우리가 가장 많이 연습하는 부분이다.


학창 시절, 늘 조용히 앉아 질문 한 번 하지 않던 나를 떠올린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이 수줍어하지 않고 질문하고, 말하고, 웃는 교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콩글리시는… 뭐,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재미있는 수업만큼은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몬테네그로 아이들아, 곧 수업에서 만나자~~


사진

1) 수업 시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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