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봉사단 뒤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2월 13일 금
2년 반 평화봉사단을 작정하고 왔다고 해도,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생활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말이다. 평화봉사단 지원스태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간에 포기하는 사례 없이 모든 봉사단원들이 2년 반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도록 돕는 것이다.
2년 반이라고 하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낯선 곳에서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고,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잘 넘기면서 정신적으로도 무너지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부상이나 질병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물론 가끔은 봉사단원들끼리 하트가 이루어져 2년 반을 다 채우지 못하는 “행복한” 케이스도 있다지만, 평화봉사단의 목표는 2년 반의 봉사기간 완주다.
그 완주를 돕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허브 데이(Hub Day)다. 같은 기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숙식을 함께하며 교육을 받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날이다. 약간 “친정집에 다녀오는 날” 같은 느낌이다. 이번 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우리는 알바니아 해안의 작은 도시 셍진(Shëngjin)에 모였다. 알바니아 봉사단과 몬테네그로 봉사단은 같은 기수로 묶여 있어 허브 데이를 함께 한다. 정착 오리엔테이션 이후 3주 만에 만난 동기들이라 그런지, 서로를 보는 순간 반가움이 먼저 터져 나왔다. 3개월 교육을 마치면 각자 다른 마을로 배치되어 홀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만남은 단순한 재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낯선 곳에 떨어진 민들레처럼 각자 자생해야 하는 우리에게 동기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번 허브 데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평화 봉사단 전담의사가 5시간 내내 진행한 메디컬 세션이었다. 호스트 가정으로 배치될 때 우리는 30여 종의 약이 들어 있는 비상 상비약 박스를 받았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헬스 핸드북을 숙지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핸드북 숙지 여부를 리얼 케이스를 통해 공부하고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마치 의대나 약대 수업을 듣는 느낌.
조깅을 하다 갑자기 종아리 근육이 찢어질 듯 아플 때,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쳤을 때, 개에게 물렸을 때, 알레르기 반응으로 입술과 기도가 붓기 시작할 때, 이유 없이 우울감이 지속될 때 등 다양한 실제 상황을 놓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응급 키트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언제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훈련했다. 가장 자주 발생하는 메디컬 상황을 중심으로 진행된 교육이라 모두가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3개월 교육 과정이 끝날 무렵 응급 상황 조치 시험을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건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알바니아와 몬테네그로에서 근무하는 평화봉사단원들을 위해 전담 의사가 세 명 있다. 이들은 돌아가며 24시간 당직 근무를 선다. 지난 3주 동안 동기들이 겪은 일을 들어보면 그 시스템이 얼마나 촘촘한지 실감하게 된다. 금요일 늦은 밤 배가 심하게 아파 당직 의사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가 와서 의료 지원을 연결해 주었다는 이야기, 발가락에 티눈이 재발해서 걷기 힘들다는 몬테네그로 동기에게는 교통편을 마련해 더 큰 병원이 있는 알바니아로 이동시켜 진료를 받게 하고 이틀 동안 호텔에 머물며 회복하도록 도왔다는 이야기까지.
세계 어디에서 이렇게 24시간 지원을 받으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평화봉사단원은 사실상 24시간 봉사자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일요일 하루는 쉰다고는 하지만, 호스트 가족과 함께 지내는 일요일도 문화 활동의 일부로 여겨진다. 봉사단원이 도시 밖으로 나갈 때는 호스트 가족이 동행해야 나갈 수 있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 봉사단원이 24시간 헌신하며 살아가듯, 의료진 역시 24시간 우리를 지탱하고 있다.
허브 데이는 단순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우리는 너희를 혼자 두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2년 반을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열정만이 아니라, 이런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라는 사실을 이번 허브 데이에서 배웠다.
사진
1) 알바니아/몬테네그로 평화봉사단원들이 함께 랑데뷰한 첫허브데이
2) 4주차가 되가는 평화봉사 단원들이 나눈 기쁜 일들.
3) 오랫만에 호텔에 머물면서 조깅 (이게 얼마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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