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에서 잠 못 이루는 밤

“잠자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재수없…ㅎㅎ)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2월 24일 화요일


알바니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온 지 어느덧 6주가 되어간다. 이 정도면 새로운 타임존에도 적응할 법한데, 아직도 두세 시간 자고 나면 눈이 번쩍 떠진다. 오디오북을 틀어놓고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어느새 새벽 공기를 듣고 있는 날이 많다. 시간은 이렇게 많은데, 왜 잠은 이렇게 어려운지. 그야말로 몬테네그로에서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Montenegro) 이다.


몬테네그로에 오면서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었다.
“잠 좀 실컷 자자.”


느리다고 알려진 발칸의 한 나라에서 2년 반을 보내게 되었으니, 최소한 ‘잘 자는 연습’은 해보자고 생각했다. 치열하게 달려온 시간을 잠시 내려놓고 싶었다.


게다가 평화봉사단의 안전 수칙 덕분에(?) 해 뜨기 전, 해 진 후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겨울의 동유럽은 밤이 길다. 저녁 6시에 식사하고, 8시쯤 호스트맘과의 수다가 끝나면 하루 일정은 사실상 종료.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몬테네그로어 복습을 해도 서울에서의 삶에 비하면 굉장히 단조롭다. 11시에 누우면 이론상 7시간은 충분히 잘 수 있다.


이론상.


6년 전, 구글 본사로 미국에 갔을 때도 6개월 정도 잠을 설쳤다. 영어에 대한 걱정, 낯선 환경,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같은 질문들. 몸은 누워 있었지만 마음은 계속 깨어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구글을 떠난 뒤 1년 반의 갭이어. 그때는 잠이 아니라 생존 모드였다. 새벽 3시에 일어나 트레이더 조에서 9~10시간 일하고, 스타벅스에서 6시간 서 있고, 공유택시 운전하고, 밤에는 펫시터를 하고, 한국 회사들과 화상 미팅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나는 거의 인간이 아니라 프로젝트 같았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평온하다. 수면 시간도 더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깊게 자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곳 문화에서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곧 커피다. 나도 모르게 카페인을 과하게 섭취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본다. 오후 커피를 줄이고, 멜라토닌의 힘도 살짝 빌려볼까 한다.


사실 문제는 카페인보다 내 마음일지도 모른다.
“좀 느려도 되지.”
“완벽하지 않아도 되지.”

라고 말하면서도, 몬테네그로어를 더 잘하고 싶고, 영어 수업도 잘하고 싶고, 호스트맘과도 더 잘 지내고 싶다. 굳이 최고가 아니어도 되는데, 나는 또 엄청 달리고 있다. ㅠ.ㅠ.


다행히 낮에 졸리지는 않는다. 운동을 꾸준히 해온 체력이 버텨주는 듯하다. 그래도 수면 부족이 쌓이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이제는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여기서의 첫 번째 도전은
언어도, 문화도 아닌,

잠.


잠 좀 자자, 로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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