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교실에서 배운, 틀을 깨는 생각들 - 리더십에도 적용되는!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2월 25일 수요일
몬테네그로 평화봉사단의 3개월 교육기간은 생각보다 빡빡하다. 앞으로 2년간의 본격 자원봉사 배치에 앞서 우리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종일 몬테네그로어 수업을 듣고 있다, 또 영어 교사로 활동할 우리는 매주 화요일마다 현지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참관해왔다.
그리고 이제, 다음 주부터는 ‘실전’이다.
진짜 교실에 들어가
진짜 학생들 앞에서
진짜 수업을 한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교생 선생님이 교실 앞에 서 있고, 나는 뒤에서 구경하던 학생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언젠가 내가 그 자리에 서게 될 줄은.
흥미로운 건, 우리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이 정식 교사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의수업을 해보고, 교실 문화에 대해 토론을 한다. 이 시간이 꽤 흥미롭다. 누가 옳다기보다, 각자의 학창 시절과 문화가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오늘의 주제는 시험 중 컨닝이었다. 어떤 학교에서는 시험 시간에 서로 답을 보여주거나 노트나 책을 선생님 몰래 보는 일이 잦다고 한다. 많은 선생님들도 문제를 알고 있지만, 똑떨어지는 해결책이 없어서 난감해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나는 비교적 익숙한 해결책을 떠올렸다. 생활기록부 반영, 부모 면담, 감독 강화. 규율을 더 단단히 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틀에 박힌 교육을 받은 내가 갖고 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교육탓으로” ㅎㅎ) .
그런데 토론 중에 누군가 말했다.
“차라리 치팅시트를 허용하는 시험을 해보면 어떨까요?”
포스트잇과 같은 작은 쪽지 한 장을 허용하되, 직접 손으로 정리해 오게 하자는 것이다. 작게 쓰려면 결국 내용을 이해해야 하고,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공부가 된다는 논리였다.
순간 속으로 무릎을 쳤다.
아, 왜 나는 저 생각을 못 했지?
막는 대신 바꾸는 방식. 처벌 대신 구조. 문제를 없애려 하기보다, 다른 방향으로 설계하는 접근이었다.
또 다른 주제는 교실 소음 문제였다. 학생들이 떠들거나, 발표하는 친구에게 집중하지 않는 상황. “조용히 해!”라고 소리 지르는 건 쉽다. 그런데 그 효과는 길지 않다. 다시 시끄러워진다.
누군가 제안했다. 학기 초에 학생들과 함께 그라운드 룰을 만들자는 것. 수업이 잘 되기 위해 우리가 어떤 규칙을 원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한 사람이 말할 때는 경청하기, 손을 들고 발언하기, 질문은 환영하기. 선생님이 정하는 규칙이 아니라, 학생이 참여해 만드는 규칙이 있다면 학생들이 좀더 잘 따르지 않을까.
또 이런 의견도 있었다. 떠드는 학생을 바로 지적하기보다, “혹시 무슨 문제 있어요?”, “무슨 질문이 있어요?” 혹은 “그 이야기가 중요한 것 같은데 전체 학생들에게 나눠줄래요?”라고 묻는 것도 한 방법. 통제 대신 대화.
오늘 이렇게 교실 문화에 대해 토론하면서 생각난 것은,
이건 교실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조직 이야기라는 것을.
컨닝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떠드는 학생을 어떻게 조용히 시킬 것인가. 이 질문은 회사에서도 그대로 등장한다. 성과가 안 나오는 팀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회의에 집중하지 않는 구성원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우리는 흔히 더 강한 규칙, 더 명확한 처벌, 더 촘촘한 감독을 떠올린다. 하지만 오늘 들은 아이디어는 달랐다.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였다. 치팅시트를 허용하는 시험은 암기를 강요하는 구조 대신, 정보를 정리하게 만드는 구조다. 학생이 직접 규칙을 만드는 방식은 복종을 요구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참여를 설계하는 리더십이다.
좋은 선생님과 좋은 리더의 차이는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통제가 아니라 설계와 구조에 대한 생각.
목소리를 높이면 순간 조용해진다. 규칙을 강화하면 잠시 질서가 생긴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규칙, 스스로 참여한 구조는 오래 간다.
몬테네그로에 영어교사 자원봉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큰 것을 생각하고 깨닫는 순간들이 많다. 몬테네그로의 작은 교실이, 생각보다 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매일매일 배움의 연속이다.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