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에서 김치를 만난, 운수 좋은 날!

몬테네그로 은행 계좌를 만들러 포도고리차 수도를 가다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_몬테네그로_평화봉사단_이야기

#AI는_일하고_인간은_산다


2월 25일 목요일


오늘은 몬테네그로 수도인 포드고리차(Podgorica)에 왔다. 15명의 몬테네그로 평화봉사단 자원 봉사자들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버스를 타고 포도고리차에 온 이유는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다. 즉, 은행을 가려고 한 시간 반을 버스타고 왔다.


한국에서는 동네마다 은행이 있고, 모바일로 대부분 해결되는 일인데 여기서는 외국인이 계좌를 만들 수 있는 지점이 한정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모두가 단체 이동을 해야했다.


늘 작은 마을에 있다가 큰 도시에 들어서니 눈이 조금 휘둥그레졌다. 대형 쇼핑몰, 번듯한 은행 건물, 현대적인 인테리어. 냉난방이 잘 되는 공간에 세련된 가구와 파티션이 놓여 있으니, 서울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전혀 자원봉사가 필요한 나라 같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최종 배치될 곳은 강원도 산골 같은 산악 지역 작은 마을이다.)


시설은 현대적이지만,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종이 중심이다.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장의 서류를 작성했다. 또 여기저기 사인을 하고, 또 사인을 했다. 10장이 훌쩍 넘는 양식에 사인을 하면서 한 봉사자가 웃으며 말했다. “꼭 집 사는 기분이에요.” 정말 그랬다. 계좌 하나 여는 데 이렇게 많은 서명이 필요하다니. 직불카드는 2주 후에나 나온다고 한다. 그 카드는 우편으로 배송이 안되어 우리는 다시 한 번 이 여정을 반복하기로.


그 순간 한국 생각이 잠깐 났다. 출국 직전 급하게 은행 카드를 새로 만든 적이 있었는데, 동네 작은 지점에서 바로 즉석 발급을 해주었다. 그때는 당연하게 여겼던 속도였는데, 오늘은 새삼 감사했다. 물론 나라마다 시스템과 속도는 다르고, 효율의 기준도 다르겠지만, “역시 우리나라…” 국뽕이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두 시간 넘게 절차를 마친 뒤, 우리는 잠깐의 자유 시간을 가졌다. 쇼핑몰을 구경하고, 큰 슈퍼마켓을 돌고, 익숙한 Samsung, KN 브랜드 로고를 발견하며 괜히(?) 반가워했다.


그러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만났다. “KPOP-UP”이라는 이름의 한국 미니 라면 마켓. 작은 공간에 라면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고, 즉석에서 끓여 먹을 수 있는 인덕션도 마련되어 있었다. 한강 라면 코너를 축소해 옮겨놓은 듯한 느낌.


그 라면 가게는 한국인 주인이 최근에 열었다고 한다. 일하고 있는 현지인 직원과 더듬더듬 몬테네그로어로 대화를 나눴다. 한국과 몬테네그로에 대한 이야기, 음식 이야기, 여기서 라면이 왜 인기인지 같은 소소한 대화를 즐겁게 나눴다. 라면 가격은 솔직히 만만치 않았다. 한국에서 다섯 개 묶음 가격보다 낱개 한 개가 더 비싼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물류를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졌다. 신라면과 짜파게티 하나씩을 집어 들었다. “마음의 보험” 같은 느낌으로^^


가게를 나서려는데, 직원이 김치를 작은 종이컵에 담아 건네주었다. 주인 아저씨가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낯선 도시에서 뜻밖에 받은 김치 한 컵. 몬테네그로의 따뜻함과 한국의 정이 묘하게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다음번에는 한국인 주인을 꼭 직접 만나보고 싶다. 계좌를 만들러 왔다가, 마음 한쪽에 작은 고향을 발견한 하루였다.


사진

1) 은행 입구에 즐비한 서류양식들

2) 포드고리차에 있는 함국 라면 스토어, KPOP-UP”과 즉석 조리를 위한 인덕션, 그리고 귀하게 얻은 수제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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