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평화봉사단 영어교사 수습기간 동안 깨달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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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서 몬테네그로 평화봉사단 영어 교사 수습 기간을 모두 마쳤다.
대학생 때 1:1 과외를 해본 적은 있지만(아, 당시 과외 금지였는데… 이것 공소시효 지났지요?^^), 정식으로 수업을 이끌어 본 적은 없기도 하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일한 자원봉사자로서 크게 걱정했던 부분이다.
몬테네그로 평화봉사단 영어 교사로 온 나는 1월부터 교사가 가져야 할 자질과 스킬, 문화적 이해 등을 배우면서 교생 실습을 해왔다. 몬테네그로의 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9학년까지, 고등학교는 10학년부터 12학년까지다. 그동안 고사리 같은 손을 가진 1학년 어린 학생부터 유튜브 크리에이터 방송 카메라를 막 뚫고 나온 것 같은 화장기 짙은 고등학생들까지, 정말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지난 30년 동안 회사에서 봐왔던 ‘환영받는 매니저’와 ‘학생들에게 환영받는 교사’ 사이에는 꽤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아랫사람들이 좋아하는 매니저와 학생들이 좋아하는 교사는 의외로 많이 닮아 있다.
아랫사람들이 좋아하는 매니저 = 학생들이 좋아하는 교사
첫째, 본업을 잘해야 한다.
매니저는 일을 잘해야 하고 교사는 잘 가르쳐야 한다. 아무리 착하고 심성이 좋더라도 본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환영받기 어렵다. 팀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업무 경험과 인사이트, 지식을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좋은 매니저의 기본이라면, 교사는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사람을 좋아한다.
둘째, 그렇게 본업을 잘하려면 계속 배워야 한다. 늘 노력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인간을 두 종류로 나눈다고 했다. “know-it-all”과 “learn-it-all.” “know-it-all”형 매니저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내가 이거 해봤는데 말이야~”이다. 과거 경험이 늘 통할 것이라고 믿고 문제를 대하는 자세다. 속칭 ‘꼰대 자세’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 “learn-it-all”의 자세를 가진 매니저는 “아, 그렇군요. 또 이렇게 배우네요.”라는 태도를 가진다. 겸손하게 배우려는 사람이다. 팀원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계속 나아지려고 노력한다.
구글에서 매니저로 가장 하기 어려웠 던 것 중 하나가 팀원들을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팀원이 하는 일을 속속들이 너무나 잘 알기(혹은 안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하면 더 좋을텐데…이렇게하면 실패하지 않을텐데…’하며 내 과거의 경험치를 자꾸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분명 의도는 좋은 거지만 정말 참아야했다. 혹시라도 결과가 안좋을지라도 그들의 아이디어로 진행하도록 두어야했다. 그러나 대부분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좋았던 적도 많다.
셋째,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장점을 길러주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에서 30년을 일하며 매니저와 디렉터로 팀을 이끌었다. 팀원들은 늘 달랐다. 일을 대하는 태도, 동기부여되는 요소, 커리어 비전, 에너지 레벨 등 모든 것이 다르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고 각 사람을 존중할 때 비로소 리더도 존중받게 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재로 같은 진도를 나가지만 배우는 속도도 다르고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 어떤 학생은 writing을 좋아하고 어떤 학생은 speaking을 좋아한다. 외향적인 학생들, MBTI로 치면 E 성향의 친구들에게 가려질 수 있는 성향의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또 오늘 내가 진행한 수업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축제(holidays)를 주제로 compound noun을 사용해 문장을 만들라는 활동이 있었는데 한 학생이 5분이 지나도록 한 줄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 가서 어떤 축제를 좋아하는지 물어봤다. 단어 몇 개를 이어 말하기 시작하더니 곧 문장이 나왔다. 알고 보니 그 학생은 쓰기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를 더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몇 마디 격려를 건네자 금세 서너 문장을 노트에 적고 있었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나는 꼼꼼하게 학습 내용을 반복해서 익히고, 수업 플랜을 짜고, 수업 시간에는 긴장된 마음으로 교단에 섰다. 반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아이들의 기분도 매일 다르다. 학교 행사가 있는 날이면 집중이 쉽게 흐트러지기도 한다. 그래서 수업은 내가 준비한 대로 100% 그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했다. 100을 준비해서 80의 결과가 나온다면, 120을 준비해서 100에 가까워지자고. 구글에서 매니저와 디렉터로 일할 때 360도 다면 평가에서 늘 최고점을 받았던 기억도 떠올랐다(깨알 자랑질…ㅎㅎ). 몬테네그로에서도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2년 반 동안.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첫째, 가장 중요한 본업을 잘하자.
둘째, 겸손한 자세로 계속 배우자.
셋째, 다양성을 존중하며 장점을 발휘하도록 하자.
사진
1) 1학년 수업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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