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아들아_지금부턴_엄마_아니야
#아들아_지금부턴_엄마_아니야 (2편 자존심이 상해도 시작해 봐)
아들이 대학과 대학원 시기를 코로나와 AI 충격을 “직빵으로” 맞았습니다. 고생해서 들어간 대학과 대학원에서의 공부는, AI 시대를 맞으면서 어떤 면에서는 “참 아깝게(단순하게 본다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금부턴 엄마 아니야. 업계 선배로 말하는 거야.”
안 그러면 그냥 잔소리로 들릴까 봐서요^^. 그동안 취준생인 아이에게 했던 실천적인 이야기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입니다.
시쳇말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요즘은 대학원까지 졸업해도 엔트리 레벨 잡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구직을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름 있는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왔으니 “제대로 된”, 혹은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직장을 원합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일을 당연히 하고 싶어 합니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처음부터 레벨을 낮추면 이후에 좋은 직장으로 가기 어렵다고 믿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직장을 잡지 않고 “취준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AI 기술이 엔트리 레벨을 빠르게 대체하는 지금, 기업들은 점점 더 경력직만을 원합니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막 졸업한 신입을 뽑지 않으려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링뜨인 구직 정보를 봐도 엔트리 레벨 포지션은 정말 드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을 원합니다. 여기에 더해 “일머리”까지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부담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구직자와 구인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합니다. 지금은 구직자보다 구인 포지션이 훨씬 적은, 이른바 employer’s market입니다.
이럴 때는 자존심을 조금 내려놓고,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1. 파트타임이나 단기 계약직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세요.
대학 졸업후 첫회사가 파트타임이라 망설이지는 마세요. 취준생으로 오랫동안 이력서만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됩니다.
2. 내 전공이나 관심 분야와 완벽히 맞지 않더라도 도전해 보세요.
회사 30년을 다니면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전공분야를 물어보면 그들의 전공분야와 직장 전문분야가 동일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다른 관심사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으세요.
“내가 이걸 하려고 대학, 대학원 공부를 했나” 하는 자괴감/자존심은 잠시 내려놓으세요. 지금은 경험을 쌓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력서 한 줄의 스펙보다, 실제로 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4. 이런 부모님이 계시다면 흘려들으세요. 혹시라도 “그런 일 할 바엔 차라리 집에 있어라, 남들 보기에 창피하다”라고 말하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죄송하지만 조금은 흘려들으셔도 됩니다. 부모 세대(제 세대 혹은 그 이전 세대)는 지금의 일자리 환경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체면이 중요한 가치로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체면보다 경험이 훨씬 중요한 시대입니다.
5. 그리고 영어. 영어. 영어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집중해서 영어를 한다면, 5년, 10년 뒤의 기회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선택지와 가능성은 영어가 크게 좌우할 것입니다. 저는 마흔살에 영어를 시작했는데, 젊은 취준생들이 지금부터 시작하면 영어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 정말 그 시간이 정말 부럽답니다. 부디 제 못다 이룬 꿈을 이루어주세요~~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것은 잠시 뒤로 미뤄두세요”라고 말할 때마다, 사실은 조금 미안합니다.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요. 저도 한때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던 사람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의 환경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작은 프로젝트나 파트타임 일을 통해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기에 배우는 것은 전문 스킬만이 아닙니다.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방법, 커뮤니케이션, 팀워크, 분위기를 읽는 감각, 그리고 흔히 말하는 “눈치”, 즉 how to read the room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은 작은 프로젝트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습니다.
작은 시작을 “커리어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주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혹시 첫 단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풀어서 끼우면 됩니다.
인생은 절대 직선이 아니니까요.
p.s. 그리고 꼭 하나 덧붙여서. 좋아하는 것을 완전히 끊어내지는 마세요. 느슨하게라도 계속 연결해 두세요. 음악을 좋아하면 음악 모임을 나가서 네트워킹을 계속해보고고, 작곡을 한다면 습작들을 웹사이트 올려도 보구요, 열정 연결은 중요합니다. 두고 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어떻게든 꼭 연결될 날이 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