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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Feb 10. 2021

#26 망고꽃 비

나는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2월 9일, 모처럼 비가 내렸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는 밤새 그치지 않고 시원하게 내렸다. 거의 두 달 반 정도 비가 내리지 않았기에 세상이 점점 먼지에 뒤덮여 가고 있었는데, 묶은 먼지들이 싹 씻겨 내려가니 이보다 상쾌할 수가 없다.


건기가 한참인 2월에 꼭 한번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 비를 '플리응 벙꺽 프까 스와이(ភ្លៀងបង្កក់ផ្កាស្វាយ)'라고 부른다. 해석하면 '망고꽃이 태어난(핀) 것을 축하하는 비'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시적인 이름이 붙어있는 것을 보니 예로부터 모두가 이 무렵에 내리는 비를 꽤나 반겼던 것으로 보인다.


망고꽃과 작은 망고 열매들 ⓒ 박동희


요즘의 씨엠립은 먼지가 특히 많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실종되자, 씨엠립 주정부는 이를 기회로 삼아 도로공사에 열을 올리고 있어, 곳곳이 먼지 투성이다. 비가 오기 전엔 집이고 나무고 온통 뿌연 갈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 비가 예년보다 훨씬 반갑게 느껴졌다.


이제부터 캄보디아는 본격적으로 더워질 것이다. 2월인 지금도 이미 충분히 덥지만, 이 더위는 매일 가중되어가다가 4월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것을 매년 겪어온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될 우기의 첫 비가 오늘의 이 '망고꽃 비'와 같이 반가울 것이라는 것도.


비 내리는 씨엠립 강 ⓒ 박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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